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서화숙의 만남] '디도스' 경찰수사 지휘한 황운하 경찰청 수사기획관
알림

[서화숙의 만남] '디도스' 경찰수사 지휘한 황운하 경찰청 수사기획관

입력
2012.01.29 13:02
0 0

■ "디도스 배후는 없다…대중이 원하는 진실과 달랐지만 떳떳하게 결론냈을 뿐"

서울시장 선거일인 작년 10월26일 아침,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홈피가 먹통이 됐다. 여당은 투표율이 낮길, 야당은 높길 기대하는 상황에서 투표율을 낮추는 사건.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기대는 적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최구식 한나라당 국회의원 비서(공현민)를 찾아냈다. 당시 경찰은 검찰과 수사권 독립을 위한 싸움이 한창인 때라 경찰이 이번 사건의 배후를 제대로 밝혀낸다면 '정치적인' 검찰보다 공정한 수사에 더 적합하겠다는 여론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12월 9일 경찰이 밝힌 최종 수사결과는 운전사 잡일로 부리는 하급비서가 친구들을 시켜 선관위를 디도스 공격했다는 게 전부였다. 이어 수사를 넘겨받은 검찰 역시 비슷한 심부름꾼 수준인,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 한 명(김태경)이 공모했다는 정황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둘은 여전히 공모를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새로운 사실을 밝혀 줄까. 아니면 이 사건의 진면목은 경찰수사가 전부인 것일까. 경찰수사를 지휘한 황운하(50) 경찰청 수사기획관을 만났다.

­_디도스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수사도 검찰수사도 사람들은 믿지 못하는 정황인데요.

"수사에서 확인된 진실을 형사소송법에서는 '실체적 진실'이라고 하는데 대중이 원하는 진실하고 실체적 진실하고 괴리가 굉장히 큰 사건이었지요. 대중은 거물정치인 배후가 있어서 고도로 기획된 사건이길 바랐던 것 같고 경찰이 수사해서 확인된 내용은 배후가 없고 즉흥적으로 이뤄진 사건이다 보니 전연 믿을 수 없는 거 같아요. 처음에는 사회의 불신의 벽이 굉장히 높아졌구나 하면서 나중에 진실이 밝혀지면 의혹을 부추겼던 사람들은 부끄러워 하고 경찰을 이해할 것이다 그랬는데 이제는 특검 결과가 나와도 사람들이 자기 생각과 다르면 여전히 안 믿을 거 같아요."

_검찰은 박희태 비서의 공모를 밝혔는데요.

"경찰은 구속 후 10일이면 검찰에 피의자를 송치해야 하기 때문에 9일까지만 수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 수사브리핑을 하면서 앞으로 추가 계좌추적을 통해 더 조사하겠다고 했습니다. 검찰에 넘긴 후에 경찰이 계좌추적을 통해 1억이라는 돈이 박희태 비서한테서 최구식 비서에게로 갔고 그 중 1,000만원이 디도스 공격을 실행한 강모씨에게 넘어갔다는 것을 밝혔지만 그것이 바로 박희태 비서와 최구식 비서의 공모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기자들과도 이야기를 하면서 검찰이 만약 추가로 엮는다면 박희태 비서 하나를 더 공모로 엮어서 구속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랬는데 그렇게 됐습니다."

_검찰은 공현민의 노트북에서 김태경과의 문자를 복원해서 공모 증거를 찾았다고 했는데요.

"노트북을 우리가 확보하지 못한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문자내용이 뭔지 검찰이 얘기를 안해요. 그게 대가성을 입증할만한 결정적인 내용이라면 왜 공개 안할까, 그 내용이 결정적이라면 두 사람이 여전히 범행 공모를 부인하는 이유는 뭘까. 어떤 범인들도 결정적인 증거를 들이대면 자백 안 할 방법이 없어요. 부인한다고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리가 없잖아요. 그래서 재판과정에서 법원이 이 사실을 증거로 인정할지 지켜볼 생각입니다."

_그러니까 경찰 수사결과가 여전히 옳다, 그런 말씀인가요?

"경찰의 최종 공식입장은 (공모의) 대가성을 좀 열어두는 쪽으로 정리를 했습니다. 공식입장이 그런데 수사기획관 혼자서 엉뚱한 소리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만 의문은 여전히 듭니다."

_그러니까 사전 모의도 당연히 믿지 않는다?

"시험공격이 10월 26일 새벽 1시에 이뤄졌거든요. 사전에 준비를 했다면 시험공격은 그보다 훨씬 전에 이뤄졌어야 하는 게 상식입니다. 시험공격을 해봤다가 안되면 좀비피씨를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데 새벽 1시에는 안되거든요. 또 공격을 실행할 강씨는 필리핀에 가있는데 공현민은 그 사실도 몰랐고 전화도 오후 9시경에 했다가 안되니까 11시 40분에 강씨가 콜백을 해서야 통화가 됐거든요. 사전모의가 됐다면 범행을 실행할 사람이 어디 있는지 계속 연락을 주고 받아야 정상인 거지요. 그러니까 그날 술자리에서 선거 이야기가 나오고 투표율 이야기가 나온 김에 선관위 홈피를 다운시키면 투표소를 찾는 데 지장을 줄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이야기가 불쑥 나온 것으로 봅니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강국이다 보니까 사이버 수사에서 다 추적이 됩니다. 정치인이라면 이게 들통나면 정치생명이 완전히 끝나는 것인데 누구를 위해서 그렇게 하겠냐, 하는 게 상식과 합리에 추론한 결론입니다."

_좀비 피씨 200여대로는 공공기관 홈피가 다운되는 디도스 공격은 어렵다는데요.

(정석화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수사실장)"저희가 파악한 것은 196대입니다. 디도스 공격은 과거에는 플러딩공격이라고, 대량의 트래픽을 보내서 홈페이지 서비스가 안되도록 했는데 2009년부터 나온 세션공격은 통화가 연결된 상태에서 끊지 않는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이 접속을 못하도록 하는 겁니다. 세션공격은 최소한의 좀비피씨 가지고도 플러딩공격과 같은 효과를 봅니다."

_홈피는 열리는데 투표소 정보만 안보이는 것은 일부러 내부에서 데이터베이스서버와 연동을 끊어야 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정)"나꼼수에서 실제로는 디도스 공격이 아니다 디도스로 포장한 거다, 이런 의문을 제기했지요. 저희가 당일 인터넷에서 사건발생을 보고 현장에 갔고 조사를 한 결과 디도스 공격은 확인이 됐습니다. 디도스 보안시스템이나, 웹서버에서 누가 접촉해오면 그 기록이 남는 로그파일로 연동을 끊은 흔적이 없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_최구식 의원 비서가 관여했다는 것을 밝혀낸 것은 그나마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았지요.

"최구식 비서라는 건 알고 잡은 게 아니라 잡고 보니까 최구식 비서였거든요. 수사기획관으로 발령받은 게 11월 30일이고 부임한 것이 12월 5일인데 이 일을 맡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선관위를 디도스 공격한 인물이 한나라당 관계자다, 자금이 수억이 들었다는 보도만 들은 정도였습니다. 경찰청장이 6일에 불러서 이 사건을 직장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경찰이 사상 처음으로 여당 정치인을 마구 파헤칠 수 있겠구나 가슴이 뛰었습니다. 정말 날마다 배후 안 나오나, 배후 안 나오나 기대를 했습니다. 경찰청장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경찰청장은 정부위원급에 속하니까 정부 여당이 곤란한 지경에 처하는 것에 대해서 저하고 똑같지는 않았겠지만 '국민들이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고 있는데 해소시켜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랬습니다. 그래서 입을 닫고 있던 공현민이 8일 새벽 4시에 자백을 했다고 전화를 받았을 때 기대가 컸지요. 그런데 자백내용을 들어보니 정말 형편없는 거예요. 왜 그거 뿐이냐 한숨이 나왔습니다."

_경찰은 사건을 축소할 의도가 전혀 없다?

"당시 검찰과 수사권 대립이 한참 첨예하던 시점인데 경찰이 대충해서 보내면 검찰이 그냥 놔두겠습니까. 검찰은 또 검찰개혁문제 때문에 여당 야당에 의해 공격당할 일을, 이 사건을 대충해서 덮을 이유가 전혀 없지요. 조직의 논리를 아는 사람은 이번 수사는 축소 은폐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권력실세에 대한 인지수사라면 압박이 있겠지만 이미 여론에 의해 탄력 받아 굴러가는 눈덩이가 됐는데 경찰청이 아니라 일선 서에서 해도 청와대에서도 통제를 못합니다. 사건 실행자들이 진술한 내용과 털어놓은 과정을 보면 이 사람들이 뭔가 숨기고 있거나 말을 못하고 있거나 너무 말이 잘 맞아떨어져서 사전에 짜맞춘 진술인 거 같거나 그런 거는 없거든요. 결국 '현재까지의 수사결과'라는 단서를 붙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발표를 한 거지요."

_더 수사했으면 새로운 사실을 더 밝힐 수 있었다는 건가요?

"새로운 사실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했지만 그때 주변에서 후배나 기자들까지도 결론을 내리지 말고 검찰에 최종 판단을 넘기는 식으로 발표를 하라고 권했습니다. 그렇잖아도 검찰이 경찰이 송치하기 전부터 대규모 수사팀을 꾸려서 경찰수사를 원점에서부터 재수사하겠다 그랬으니. 그런데 저는 경찰의 판단이 섰다면 피해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_그리고는.

"엄청나게 두들겨 맞았지요. 그 이유는 경찰이 밝힌 실체적 진실에는 배후가 없었다는 것 뿐이었고요." _경찰은 이렇게 수사를 명확하게 잘했다, 이걸 대내외에 과시하고 싶었던 건가요?

"개인판단이 아니라 수사진이 다 그런 판단이 들었다면 떳떳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맞지 의혹이 큰 상황에서 마구 공격당할 것이라는 예상을 한다고 피해가는 것은 진실을 추구하는 수사기관 입장에서 비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_지금은 바뀌었어요?

"후회합니다. 솔직히. 그렇게 세게 두들겨 맞을 줄 몰랐어요. 본의 아니게 조직에 엄청난 대미지를 입혔잖아요. 한동안 죄책감 때문에 사람들 일체 안 만나고 사무실에서 집으로만 가고 대인기피증 같은 마음고생을 했습니다. 수사결과를 발표한 날 저를 신뢰하는 경찰대학 후배들조차도 믿을 수 없다, 집에서 아내도 경찰수사 믿으라는 거냐. 우리 수사팀이 그때 한 말이 있습니다. 이 수사결과 발표는 우리 수사팀 외에는 아무도 안 믿는다고 보면 된다. 그 정도로 안 믿는 걸 알면서도 발표를 했던 것이 무엇을 위해서였겠습니까? 이게 정도라는 생각으로 간 건데…"

_이 사건의 배후가 엄청났더라면 수사권 조정에 탄력을 받았겠군요.

"경찰 수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좋은 기회였겠지요."

_경찰수사권은 꼭 필요합니까?

"언론에서는 검찰과 경찰의 밥그릇 싸움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게 보는 순간 해법이 없습니다. 밥그릇 싸움이니까 덮으라는 얘기거든요. 형사사법제도의 민주화와 선진화로 봐야 합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검찰이 갖고 있는데 선진국치고 이런 나라가 없습니다. 독점적인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고 권한남용과 인권침해를 불러옵니다. 경찰수사인력이 2만2,000쯤 되는데 검찰 수사인력이 7,200정도 됩니다. 수사인력이 이중으로 운영되니까 국가예산측면에서 비효율적이고요. 작년에 '검찰의 수사지휘에 관한 대통령령'이 바뀌어서 올해부터 '4급 이상의 공무원 범죄'에 대해서는 입건과 동시에 검찰에게 보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검찰이 수사중단해라 그러면 중단해야 합니다. 경찰이 앞으로 검찰에 대한 수사는 착수조차 못한다는 겁니다. 최근에 지방에서 검찰이 비리기업을 수사하는 경찰을 불러서 수사를 중단시키고 모욕 준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게 만일 검찰비리와 연결되어도 경찰이 수사조차 못합니다. 검찰은 공공기관 신뢰도에서 최하위입니다. 경찰이 바로 그 위이긴 하지만. 왜 그렇겠습니까?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서도 경찰이 수사권을 갖는 것은 필요합니다."

서화숙 선임기자 hssuh@hk.co.kr

사진=신상순 선임기자 ssh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