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 창업주인 김우중 전 회장은 주로 베트남 하노이에 머물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한국에서 찾아 온 20대 젊은이 40명을 만났다.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해외에서 활약할 청년사업가를 키우기 위해 마련한 '글로벌 영 비즈니스 맨 포 베트남 양성 과정' 1기생들이다. '실패한 재벌 총수 김우중'이 아닌,'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면서 세계를 누볐던 기업인 김우중'을 꿈꾸며, 4대 1 가까운 경쟁률을 뚫고 선발됐다.
김 회장은 이들에게 30대 초반의 나이에 창업했던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힘겹게 대기업에 들어가려고 한국에서 시간을 보내기보다 세계 무대에 당당히 맞설 필요가 있다"며 "패기와 실력만 있다면 못할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고 응원했다.
김 회장은 요즘 젊은 인재 육성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연구회 관계자는 "2∼3달에 한 번 한국을 찾아 젊은 인재 양성에 대해 많은 조언을 하고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무엇이든 말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대외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김 전 회장이 지난해 12월 아주대에서 젊은 학생들을 만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전 회장은 이 자리서도 "중소기업에 들어가 여러분의 힘으로 회사를 키우는 것도 필요하다"며 '사업가 정신'을 주문했다.
한 때는 '재기'얘기도 나왔지만, 그룹 해체와 오랜 해외 도피로 심신이 지친데다 고령(76세)이어서 사업의 꿈은 접은 지 오래라는 게 주변의 전언. 한 측근은 "과거 정권에 대한 피해 의식 때문인지 국내 정치와 연결되는 것을 매우 꺼린다"며 "그러나 정부나 정치권이 도와달라 하면 적극적으로 도우려는 마음은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정부가 베트남을 비롯해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을 상대로 벌여 온 자원외교에서 김 전 회장의 인맥과 영향력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7월 국가정보원 직원이 리비아에서 군사 정보를 수집하려다 추방당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에도, 김 전 회장이 정부에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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