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핵안보정상회의에 참가한 각국 정상 부인들을 초대해 26일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에서 연 만찬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유물 보호를 위해 평소 일반 관객들은 물도 갖고 들어갈 수 없는 전시실에서 만찬을 한 것은 ‘미친 짓’이라는 비난 여론이 높자 국립중앙박물관은 “밀폐된 벽부장(벽에 붙인 진열장)에 유물을 전시했기 때문에 유물이 훼손될 우려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대영박물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루브르 박물관 등 세계의 주요 박물관들도 전시 공간을 만찬 등 다양한 행사에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실 만찬은 2010년 G20 정상회의 때 정상 만찬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만찬은 마침 전시가 없어 비어 있던 제1 기획전시실에서 열렸고, 초대한 귀빈들을 위해 도자기와 목가구, 병풍, 장신구 등 41점을 벽부장에 진열했다. 만찬에 맞춰 특별전을 마련한 셈인데, 이 전시는 4월 1일까지 일반에 공개한다.
비판론의 핵심은 유물의 안전 문제다. 유물 보호를 위해 빛과 온도, 습도 등을 엄격히 통제하는 전시실에서 냄새 피우면서 밥을 먹는 게 유물에 좋겠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립중앙박물관은 벽부장은 밀폐 공간이어서 냄새가 들어갈 수 없으며 모든 음식은 조리된 상태에서 들여왔다고 해명했다. 조명도 전시 규정에 따른 기존 조명만 사용했고, 전시 유물의 상태를 계속 점검해 손상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해명에 대해 모두가 수긍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대표적 사립 박물관 중 한 곳의 학예팀장은 “귀한 문화재가 만찬장의 인테리어 소품으로 전락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불쾌해 했다. 한 원로 고고학자도 “외국 정상 부인들에게 우리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특별전을 마련한 것은 좋으나 만찬은 전시실이 아닌 곳에서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박물관 전시실을 활용하는 각종 행사에 대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방 소재 한 국립박물관의 관장은 “박물관은 품격 높은 문화 행사에 적합한 장소”라며 “어떤 행사를 어떤 조건으로 할 수 있다는 엄격하고도 명확한 규정이 있으면 시비가 없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은 전시실 대관 규정이 없다. 대영박물관은 협력 기업과 후원자들에 한해 엄격한 내규에 따른 멤버십 형태로 이집트 조각실, 회화실 등 여러 전시실을 이벤트 공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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