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뜩(득)이 안돼"라는 말을 달고 사는 영화 '건축학개론'의 느물느물한 재수생과 사랑 앞에서도 답답할 정도로 반듯하기만 한 드라마 '더킹 투하츠'의 왕실 근위대장. 상반된 캐릭터를 잇따라 선보여 주목 받은 배우 조정석(32)은 요즘 알아보는 팬들 때문에 모자에 마스크까지 챙겨 다닐 정도다. 어디서 뚝 떨어진 신인배우냐는 반응이지만, 뮤지컬계에선 '스프링 어웨이크닝' '그리스' '헤드윅' 등을 통해 열성팬을 몰고 다닌 스타다. 23일 서울 서교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이런 관심이 처음이라…"를 연발했다. 뽀얀 얼굴이 나이보다 어려 보이지만 다부진 말투에서 차곡차곡 쌓아온 내공이 엿보였다.
조정석은 '건축학개론'에서 순수청년 이제훈과 상반된 매력으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더니,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더킹 투하츠'에선 주인공 하지원, 이승기를 압도하는 관심을 받았다. 그는 "운 좋게 영화와 드라마가 맞물려서, 또 전혀 다른 캐릭터여서 관심을 더 가져주신 것 같다. 이런 기회가 와서 배우로서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촬영 중에는 잘 몰랐는데 요즘 인기를 실감하는 중이란다. 애완견을 데리고 동물병원에 갔다가 그를 알아본 여성팬들이 쫓아와 도망친 일도 있다. "'감사합니다' 하고 나서도 계속 따라 오시니까 어쩔 수 없더라고요. 집까지 알려줄 순 없잖아요. 그냥 달렸죠 뭐."
납뜩이와 답답이, 진짜 조정석은 어느 쪽에 가까울까. "음… 글쎄요. 활달하고 침착하고 두 가지 면 다 있지만 재밌는 걸 좋아해요. 아마 은시경보다는 납뜩이 쪽에 가까울 거예요." 사실은 혼자 집에서 애완견 라꾸(화이트 슈나우저)랑 노는 걸 좋아하지만 친한 형들 앞에서는 애교만점의 분위기 메이커라고. "활달하지만 말수는 없는 편이에요. 지인들이 들으면 웃을라나?(웃음)"
'저런 동네친구 꼭 있었지' 하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영화 속 납뜩이는 펑퍼짐한 힙합 바지에 무스를 바른 5:5 가르마 머리 등 패션도 화제가 됐다. "너 그렇게 입고 다닌 거 아니냐고 묻는 분들도 많아요. 아휴, 근데 납뜩이의 패션센스는 납득이 안되죠.(웃음)" 고등학생 때 춤 좀 추는 아이였다는 그는 "당시 유행하던 힙합바지와 맨투맨 티셔츠는 다들 입고 다니지 않았냐"고 되묻는다. 다만 납뜩이의 알록달록한 패션은 '건축학개론'의 이용주 감독과 의상팀이 함께 논의해 만든 계산된 설정이란다.
연기 변신이란 말이 흔해졌다지만, 올곧고 융통성 없는 은시경('더킹 투하츠')으로의 변신이 쉽지는 않았을 터. 조정석은 납뜩이 연기를 위해 애써 찌운 몸무게를 다시 두 달 만에 8㎏나 줄여야 했다. "다이어트 비법을 묻는 분들이 많아요. 굶진 않았지만 음식 조절했고, 운동을 열심히 했어요. 남들과 똑같죠 뭐. 캐릭터를 연구하면서 계속 마인드콘트롤을 하다 보니 자연히 차분해지고 납뜩이에서 은시경으로 변하더라고요."
조정석은 뽀드윅(뽀얀 피부의 '헤드윅')이란 별명까지 얻은 피부미남이다. "앞으로 피부가 안 좋아질 수도 있는데 부담이 된다"면서도 클로즈업이 많은 드라마에 출연하면서야 관리를 받기 시작했다고 은근한 자랑도 빼놓지 않는다.
"많은 분들이 뮤지컬 배우라고 부르시지만 전 그냥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연기를 하면 영화배우 해야지 하는 생각은 있었는데 대학 때 뮤지컬에 빠지다 보니 데뷔를 뮤지컬로 한 것뿐이죠." 심형래가 출연한 '우뢰매' '영구와 땡칠이'와 청룽(成龍)의 시리즈물을 보러 극장을 드나들던 코흘리개 시절부터 영화광이었다는 그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니만큼 드라마와 영화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했다. "멜로 드라마 하고 싶어요. 알콩달콩하고 코믹한 사랑 얘기? 슬프고 애잔한 것도 좋고요. 공연도 놓지 않을 거예요." 팔색조 배우 조정석이 보여줄 연기, 욕심만큼이나 다채로울 것 같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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