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22ㆍ고려대 체육교육4) 선수의 교생 실습을 두고 ‘스포츠 스타 특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가 학교 수업을 제대로 듣지도 않은 김 선수가 고등학교에 교생 실습을 나갔다며 ‘쇼’라고 비판하자, 김 선수는 황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논란이 커지자 스포츠 스타에게 대학교육에 특혜를 줘야 하는지, 준다면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지 등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프리스타일스키(모굴) 국가대표 서정화(22ㆍ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동아시아학3ㆍ오른쪽 사진)씨와 전 수영 국가대표 송재경(19ㆍ서울대 체육교육1ㆍ왼쪽)씨는 잘나가는 운동선수이면서도 특혜를 받기보다 남들처럼 열심히 공부해 대학에 진학했다. 이들은 “공부에는 관심 없이 ‘대학 간판만을 따기 위한 진학’은 잘못됐다”고 입을 모았다.
6일 서울대에서 만난 송씨는 김연아 선수에 대해 언급하기 조심스러워했다. “학생을 가르치는 일은 아주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 같아요. 사범대 교육과정을 제대로 다 배워도 쉽지 않은 일이죠. 그런데 수업도 제대로 안 듣고 교생 실습을 나간다고요? 그렇다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외려 폐를 끼치게 되지 않을까요?”
서씨는 자신의 미국 경험을 들려줬다. “미국 대학에서는 평소 수업을 듣지 않았다면 교생 실습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운동선수라도 예외 없이 중간ㆍ기말시험을 꼭 봐야 하고, 학점이 부족하면 교생 실습은 불가능한 일이죠.”
운동선수의 특례입학에 대해서는 두 사람의 의견이 엇갈렸다. 송씨는 “노력에 대한 보상과 동기부여 차원에서 어느 정도는 허용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다만 “그렇게 대학에 들어간 뒤 대부분 스스로 능력을 키우기 위해 애쓰지 않는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반면 서씨는 단호했다. “특례입학은 선수의 ‘명문대 간판 획득’, 대학의 ‘학교 홍보’라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물일 뿐이에요. 체육특기자 전형이 따로 있고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은 거의 반영하지 않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운동 선수들도 미국식 수능시험인 SAT를 치르고 경쟁해서 입학합니다.”
이들은 둘 다 대학입시 공부를 하느라 국가대표를 포기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이들은 멀리 내다봤다. “고교 때 4교시만 마치면 훈련장으로 가는 다른 친구들과 달리 정규수업과 보충수업까지 다 들었습니다. 부모님도 선생님도 운동못지않게 공부를 중요하게 여긴 분들이셨죠. 대구 성서고 3학년이던 지난해 1월 국가대표가 돼 태릉선수촌에 입촌했습니다. 하지만 훈련량이 지나치게 많고 공부는 할 수 없는 환경이었죠. 고민을 하다 입시가 코앞에 닥친 10월 전국체전 직후, 목표로 삼았던 서울대 합격을 위해 대한수영연맹에 대표 자퇴서를 내고 여느 수험생처럼 공부에 매달리기 시작했습니다.”(송재경)
서씨도 마찬가지다. “서울외고 1, 2학년 때 국가대표로 뽑혔지만 훈련 일정에 중간ㆍ기말고사 기간이 끼어 있어서 국가대표를 포기했습니다. 입시에 중요한 내신 성적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남들처럼 학교 수업을 모두 듣고, 따로 시간을 내서 방학에 집중적으로 개인훈련을 했어요. 대학에 들어간 뒤에는 동계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 등 큰 대회가 열리는 학기는 아예 휴학을 하고 있죠. 이번 학기에도 5개 강좌를 신청했다가 월드컵대회 때문에 회계학 수강은 포기했습니다.”
이들이 대학을 택한 건 선수 은퇴 후에도 남는 삶이 길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스포츠 컨설턴트가 꿈이라는 송씨는 “열심히 공부해 대학원에도 진학, 운동선수들의 심리를 치료해주는 멘토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선수 생활을 평생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새로운 목표를 만들고 거기 맞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대학에 진학한 거죠.” 서씨는 최종 목표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라고 했다. 동아시아 역사에 관심이 많아 지금 전공을 택했지만 요즘엔 경영학과로 전과를 고려 중이다. 선수 생활을 그만두면 금융계에서 일하고 싶어서다. “대학에 진학하면 진로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어집니다. 물론 실력을 쌓아야 가능한 일이죠”.
이들이 대학에 바라는 건 뭘까. 바로 ‘배려’다. “미국에서는 수업 전 오전 6~8시 또는 수업이 끝나는 오후 5시 이후 훈련 일정을 잡아 학생들이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배려합니다. 또 제가 재학 중인 대학에는 운동선수의 학업을 돕는 전담 부서가 있어요. 선수가 수강하는 수업을 듣는 다른 학생을 연결시켜 주고 노트 필기를 복사해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 하거나 모르는 내용을 질문할 수 있는 조교도 배치해 주죠.”(서정화)
“과제 하기도 벅찬 게 사실이에요. 기초가 부족하다는 걸 느낍니다. 대학에 들어온 운동선수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학교가 기다리고 도와주는 배려가 필요합니다.”(송재경)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 송씨는 “결국 성패를 좌우하는 건 자기 노력”이라며 “운동하는 만큼만 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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