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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아 연출 연극 '본·다'/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대화·무용·동작으로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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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아 연출 연극 '본·다'/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대화·무용·동작으로 답하다

입력
2012.07.03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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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체를 거친 빛이 대뇌피질에 닿기까지의 과정은 '보다(視)'라는 말로 통칭된다. 극작ㆍ연출가 최진아씨는 두 번째 무대를 '본ㆍ다'로 잡고 그 시각 작용을 8명 배우의 몸으로 이입시킨다. 극단 놀땅과 국립극단의 배우 8명이 빛의 움직임과 신체 기관의 미세한 움직임을 연극적 표현 양식으로 형상화한다.

그러나 마임은 아니다. 배우가 동작으로, 혹은 분필로 그림을 그려가며 인체가 빛을 인식하는 기전을 설명해 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13개의 상황을 설정해 대화와 무용 등 갖가지 연극적 도구를 써, 본다는 행위가 얼마나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는지를 그려내 보인다. 거기에 수반되는 독백은 본다는 생물학적인 행위가 빚어낼 수 있는 갖가지 오해와 이해의 양상을 객석에 낯설게 혹은 즐겁게 제시한다.

"관념적 주제를 배제하고, 본다는 행위 그 자체만을 갖고 관객이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해요." 작ㆍ연출가 최진아씨의 말은 지금 우리의 감각 기능이 온갖 자극으로 인해 얼마나 오염돼 있는지를 일깨운다.

도대체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 단순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배우들은 거의 인식론에 버금가는, 심각한 토론을 나눴다. 최씨의 말 한마디가 화두처럼 떨어졌다. "보고 싶은 것은 이미지예요."명쾌했다. "각자의 감상도, 과장도 걷어내고, 소소하게, 생각해 보게 하는 연극이 되길 바래요."

그러나 에피소드가 진행돼 가면서 객석은 보고 인식한다는 극히 기초적인 행위 속에 그토록 심오한 작용이 내재해 있었음을 슬며시 깨닫는다. 길거리, 극장, 골목 등 다양한 상황에서 시선의 부딪침과 어긋남이 배우의 몸으로 어떻게 표현되는지 지켜보는 것은 객석의 즐거움이다. 무용수 출신 한 명이 누군지, 객석은 알아챌까? 3~15일 국립극장 소극장 판. 1544-1555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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