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금을 꾸준히 사들이면서 외환보유액 중 금 비중이 처음으로 1%대를 넘어섰다. 그런데 뒷말이 나온다. 투자업계 일각에선 한은이 너무 비싸게 금을 샀다며 훈수 아닌 타박을 하고, 당사자는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고 반박한다. 어찌된 걸까.
한은은 5일 '11월 말 외환보유액'을 공개하면서 지난달 14톤(7억8,000만달러)의 금을 샀다고 밝혔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40톤, 올해 7월 16톤 등을 합쳐 금 보유량은 84.4톤(37억6,139만달러)이 됐다. 넉 달째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외환보유액(3,260억9,000만달러)의 1.2%다. 전세계 중앙은행 금 보유순위(36위)도 4단계나 뛰었다. 한국전쟁 이후 남은 금과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을 통해 사들인 물량이 전부(14.4톤)던 2010년 말과 비교하면 6배 가까이 급증한 셈이다.
증권업계에선 가격과 매입시점을 문제 삼는다. 국제 금 가격은 10월 온스(28.35g)당 1,800달러 언저리까지 갔다가 떨어지기 시작해 현재 1,700달러 밑에서 움직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1,800달러를 고점으로 금값이 밀리는 모습이고, 미국의 재정절벽(대규모 재정긴축에 따른 경제성장률 급락) 문제가 해결로 가닥을 잡으면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의 매력이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값이 더 하락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금은 다른 상품에 비해 가격 변동성이 심한 편이다. 지난해 고점은 1,889.7달러, 저점은 1,318.4달러였다.
그러나 금값이 반등하리라는 전망도 있다. 투자자들이 현재 관망하고 있을 뿐 언제든 오를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이윤교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잠시 중단됐던 무제한 양적완화가 오바마 2기 출범과 더불어 시작되면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산 증대 규모가 가팔라져 금값도 함께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또 최근 2년 새 신흥국들이 미 국채의 가치 하락을 우려해 금 보유량을 늘린 걸 감안하면 금 수요는 아직도 충분하다고 봤다. 해외 전문가들도 아직 금값 상승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단기적인 가격 변동보다는 장기적인 자금 운용의 효율성, 외환보유고 다변화,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써의 금의 역할, 금 보유에 따른 신뢰도 상승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금 매입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싸게 살 수도, 싸게 살 수도 있지만 가격만 너무 강조하면 운용하기가 힘들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실제 지금까지 한은의 금 매입 시점과 국제 금값 추이를 살펴보면 한은의 금 매입 시점이나 가격이 적절치 않았다고 보기도 어렵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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