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김용준 총리 후보자가 4년여 전 ‘은행 예금 외에는 일체 투자해본 적이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김 후보자는 2008년 12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은퇴 자금은 어떻게 준비했나’라는 질문에 “은행에 예금하는 것 이외에는 한 적이 없다”며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해 본 적도 없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은퇴 자금 설계와 관련해 후배 법조인들에게 조언해달라'는 질문에 "최선의 법률가는 바르게 살고 부지런히 일하다가 가난하게 죽는다는 말이 있다”고 전제한 뒤 “법률가는 너무 돈을 탐해서는 안 되고 근검 절약해야 한다. 성경에도 나오듯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으면 족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2000년 헌법재판소장에서 물러난 김 후보자는 인터뷰 당시 법무법인 율촌에서 고문으로 재직 중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인터뷰 발언과 달리 최근 검증 과정에서 김 후보자 일가는 1970~1980년대에 서울과 수도권 등의 부동산을 잇따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나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김 후보자는 판사로 근무하면서 인천과 경기 수원의 땅을 샀고 대법관 시절에는 서울 도봉구 쌍문동 땅과 은평구 갈현동의 단독주택도 매입했다.
또 김 후보자의 장남 현중씨와 차남 범중씨는 각각 10세 이전인 1975년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땅을 공동명의로 취득했으며, 김 후보의 부인은 서울 송파구 마천동 땅을 장모와 공동 명의로 사들였다.
특히 서초동 땅은 매입한 지 얼마 안돼 서울시가 법원과 검찰 등 공공기관을 강남으로 옮기는 계획을 공개해 결과적으로 김 후보자가 개발 정보를 활용해 투기를 했을 수도 있다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또 김 후보자가 사들인 수원시 땅은 대한주택공사가 공공용지로 매입했고 김 후보자의 아내가 산 서울 마천동 땅은 이후 서울시가 수용해 도로가 됐다.
이와 관련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29일 논평을 통해 “최근 불거지는 김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은 이런 근검 절약, 깨끗한 삶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구구절절이 옳은 말은 했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실천한 것은 없다. 법률가의 덕목도 여럿 나열했지만 정작 자신이 지킨 것은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법치주의를 강조한 헌법재판소장 출신 국무총리 후보자답게 아들 병역 문제와 부동산 매입 의혹 등에 대해 법과 원칙에 어긋남이 없는지 스스로 따져보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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