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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을 앓아보니 환자 마음 헤아리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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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을 앓아보니 환자 마음 헤아리게 됐죠"

입력
2013.03.3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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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을 앓으면서 환자들의 마음 속 상처와 고통을 이해하게 됐어요. 봉사를 통해 그 아픔을 더 나누고 싶을 뿐입니다."

국제개발협력 NGO 굿피플이 4월7일 전문의료진들로 구성된 '굿피플의사회'를 출범시킨다. 초대 회장은 최경숙(64) 동서산부인과의원 원장이 맡았다. 그가 주목 받는 이유는 암을 이겨냈고, 헌신적인 의료 봉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남다른 인내와 용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최 회장은 "봉사를 통해 타인의 아픔을 나누고 소통하는 것은 의사로서 최대의 기쁨"이라는 말로 초대 회장을 수락한 이유를 대신했다.

그는 1999년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당시 암은 꽤 번진 상태였다고 한다. 결국 유방을 제거했고, 자궁, 난소 절제술까지 받았다. 6개월 동안 힘겨운 고통을 이겨내며 항암치료를 받았다. "'아, 이제 가는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그간 만났던 환자들의 병에 대한 아픔뿐만 아니라 마음의 상처도 이해하게 된 거지요."

사실 그는 암 투병 전부터 의료 봉사를 해왔다. 93년부터 한센병 환우들을 위한 진료활동을 벌여왔고, 탈북청소년, 외국인근로자, 노숙인, 쪽방촌 주민 등 소외 이웃들을 돕는 정기적인 의료캠프를 이어왔다. 대한기독여자의사회장, 서울시의사회 의료봉사단 부단장, 한국여자의사회 해외의료봉사 위원장 등을 맡아 북한, 이라크, 스리랑카, 인도, 케냐, 필리핀 등을 방문해 의료봉사를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2010년 1월 아이티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그는 굿피플의 재단의료팀장으로서 아이티로 달려가 구호활동을 펼쳤다. 지금도 매주 토요일 쪽방촌 의료봉사는 물론 소아과 전문의인 남편이 8년째 선교활동을 펼치는 중국으로 건너가 한 달에 한 번씩 진료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런 60대 여의사의 봉사 열정은 굿피플의사회에서도 식지 않을 전망이다. 그는 기존 봉사단체에서 활동하는 의사만이 아니라 더 많은 의료진이 봉사에 입문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여러 의료단체에 신청서를 보냈는데, 현재 내과·가정의학과·치과 등 20여개 과목의 전문의 80여명이 가입을 신청했다.

굿피플의사회는 열악한 경제 여건으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국내외 소외 계층에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가장 중요한 건 언제나 사람이라고 여겨왔어요. 세계 곳곳의 사람들을 만나 이해하고 사랑하고, 또 제가 지닌 의술로 그들을 행복하게 만들기까지 한다면 그것보다 더 보람찬 일이 있겠어요?"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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