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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이 의사 꿈, 매달 십시일반 후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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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이 의사 꿈, 매달 십시일반 후원해요"

입력
2013.04.11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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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와 외국회사 임원, 중소기업 대표 등 10여 명이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한 한식당에서초면인 듯 인사를 나눴다. 이들은 2008년 12월 일어난 아동 성폭력 사건인 '조두순 사건' 피해자 나영이(13ㆍ가명)를 돕기 위해 만든 '나영 희망기금' 후원자들이다. 기금 조성은 2009년 12월 시작됐지만 이들이 함께 모인 것은 처음이다.

기금을 운영하는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이경림 대표가 "나영이가 벌써 씩씩한 사춘기 소녀가 됐다"고 설명하자 참석자들은 힘껏 박수를 보냈다. 이 대표는 "배변 주머니는 떼냈지만 배변 기능이 복구 되지 않아 하루 5번 정도 갑자기 화장실을 가야 한다"며 "그래도 '의사가 돼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는 기특한 소녀"라고 근황을 전했다.

이날 자리는 지난달 말 기금 3,000만원 돌파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민유나 변호사의 제안으로 시작된 모금은 소액기부로만 진행됐다. 민 변호사가 직장 동료와 지인들에게 매월 일정액 기부를 권유하면 그들이 다시 주변에 소개하며 후원자는 어느덧 60여 명까지 늘었다.

민 변호사는 "어린 딸을 가진 엄마로서 나영이에게 세상이 차갑지만은 않고 가슴 아파하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많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며 "기금은 나영이가 정상 생활을 할 수 있게 대장(大腸)을 만들어 주는 수술 비용과 교육 자금으로 쓸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나영이가 잘 지낸다는 소식에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강용남 레노버코리아 사장은 "전에는 안타까운 일을 접해도 '불쌍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막상 가슴을 지나 손까지 오는 게 참 멀었는데 적은 금액이라도 꾸준히 후원해주는 분들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했고, 다국적 헤드헨터 회사 이엔월드 김상호 한국지사장도 "오늘 이 자리가 너무 뿌듯하다"고 말했다.

현재 빈곤, 방임, 학대의 그늘에서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은 전국에 약 97만 명이나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기금이 커지면 다른 성 학대 피해 아동을 돕는 데도 활용할 계획이다.

민 변호사는 "어려움에 빠진 다른 집 아이들을 도와야 내 자식도 더 안전한 사회에서 살 수 있다"며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아동지원프로젝트(www.dreamfull.or.kr)에 메시지를 남겨 달라"고 말했다.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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