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이동식 탄도 미사일 발사대(TEL) 수가 우리 군 당국 추정치의 2배인 200대에 이른다는 미국 보고서가 공개됐다. 최근 북한군 미사일이 급증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17일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미국 의회에 지난 2일 제출된 26쪽 분량의 연례 보고서 '북한 군사력 증강 현황'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최대 200대의 이동식 발사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 정부가 공식 문건을 통해 북한군의 발사대 규모를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보고서는 북한군이 KN-02(사거리 120㎞)와 스커드-B(사거리 300㎞), 스커드-C(사거리 500㎞), 스커드-ER(개량형ㆍ사거리 700~1,000㎞) 등 단거리 탄도 미사일용으로 보유한 이동식 발사대는 최대 100대, 중거리 미사일인 노동과 무수단용 발사대는 각각 최대 50대인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의 이동식 중ㆍ단거리 미사일 발사대가 많으면 200대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국방부가 지난해 말 발간한 '국방백서'에서 밝힌 규모(100여대)의 2배 가량이다.
이동식 발사대는 탄도 미사일을 차량에 싣고 이동하다가 적당한 장소에서 미사일을 세워 발사할 수 있기 때문에 기습 공격이 가능하다. 지난달 초 무수단 2기가 이동식 발사대 차량에 실려 함남 동한만 지역으로 이동해 군 당국이 감시 태세를 강화하기도 했다.
미 국방부는 또 북한이 현재 배치해 둔 방사포(다연장로켓)는 5,100문으로 추정했다. '2012 국방백서'의 4,800문보다 300문 많다. 북한군은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 때 122㎜ 방사포를 동원했다. 반면 1950~70년대 소련ㆍ중국에서 생산되거나 설계된 구식 지상군의 노후 장비는 도태되는 추세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김성걸 KIDA 군사기획연구센터 전문위원은 "북한이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 자원 부족과 무기의 노후화 등 열세를 만회할 목적으로 이동식 탄도 미사일처럼 절대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전력의 증강에 매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방사포 증강 배치는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을 겨냥한 상시 기습 도발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군은 '표현 차이'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우리가 '100여대'로 표현하는 정보를 미 측은 '200대 미만'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동식 발사대가 최근 급증했다는 정보는 갖고 있지 않다"며 "한미 양국이 북한군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평가도 하는 만큼 평가가 어긋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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