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시 율촌면 일부 지역에 쇳가루로 추정되는 '검은 비'가 내려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여수시는 11일 밤 율촌면 조화리 면사무소 일대 1만㎡에 숯가루 같은 검은 비가 내려 원인규명 작업에 나섰다고 12일 밝혔다. 경찰도 현장에서 검은 비 시료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성분 분석을 의뢰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은 비는 이날 오후 8시쯤부터 내렸고 율촌면사무소 주변에 있는 차량, 건물, 농작물 등이 시커멓게 변했다.
주민 박모씨는 "면사무소 주변에 주·정차된 차량들이 새까만 물질에 뒤덮여 파출소에 신고했다"면서 "인체와 농작물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주민들은 인근 산업단지에 있는 화력발전소와 조선업체 등에서 뿜어낸 분진으로 대기가 오염돼 이 같은 비가 내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주민들은 12일 면사무소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지난해 가을부터 비만 오면 처마 밑에 검은색 쇳가루가 생기는 현상이 발생해 광양경제자유구역청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별 조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김준태 율촌면 주민자치위원은 "검은 비가 철골구조물에 붙은 녹을 제거하는 샌딩작업에서 발생한 쇳가루 분진처럼 보인다. 산업단지 내 조선업체 등에서 분진방지시설을 하지 않고 무리하게 작업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근 업체들은 "검은 비와 무관하다"며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지역은 율촌산업단지와 1.5km, 여수산업단지와 10km, 광양제철소와 12km 가량 떨어져 있다.
조사에 나선 여수시 관계자는 "검은 비의 정체는 미세모래와 쇳가루로 추정된다"며 "마을과 가장 가까운 율촌산단에서 발생한 분진이 바람을 타고 이동하다가 비와 함께 내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여수시는 광양경제자유구역청, 전남도 동부출장소 등 유관기관과 합동으로 원인조사에 들어갔다. 합동조사는 분진 배출 발생 가능성이 있는 율촌, 여수산업단지와 포스코 광양제철소 등지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여수=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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