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고려 후기 문신인 이암이 말한 구절을 인용, 대일메시지를 전달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고려 말 대학자 이암 선생은'나라는 인간에 있어 몸과 같고(國猶形) 역사는 혼과 같다(史猶魂)'고 하셨습니다. 만약 영혼에 상처를 주고 신체의 일부를 떼어가려고 한다면 어떤 나라, 어떤 국민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과거사 왜곡과 독도 영유권 주장을 비유적으로 비판함과 동시에 우리의 단호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인용한 구절은 이암이 지은 것으로 알려진 단군세기 서문에 나오는 내용. 단군세기는 이암이 경기 양주의 천보산에 올라갔다가 태소암에서 고서를 얻어 읽고 엮은 것으로 추정되는 단군조선 연대기로, 환단고기에 수록돼 있다.
인용문이 주목을 받는 것은 박 대통령이 직접 이번 경축사 준비에 세밀하게 신경을 쓴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연설문 초안은 조인근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이 각 부처와 청와대 수석실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까지 수 차례 직접 수정과 보완작업을 거듭하면서 최종 경축사를 완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8ㆍ15 광복절을 맞아 관심이 집중됐던 대일 메시지에 이 구절을 인용한 것도 짧고 강한 메시지를 일본에 전달하기 위한 박 대통령의 의중이 깔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단군세기가 실려 있는 환단고기가 수십 년간 정통역사학계에서 위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이 구절의 인용이 자칫 논란이 될 소지도 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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