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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가뭄에… 불타는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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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가뭄에… 불타는 제주

입력
2013.08.19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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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가 90년 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전체가 바짝 말라가고 있다. 지난 6월 27일 이후 50일 넘게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고 불볕더위와 열대야가 지속되면서 제주 생명산업인 감귤을 비롯해 당근, 콩 등 주요 농작물 생육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한라산 백록담과 계곡,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이미 중산간 지역에 위치한 11개 마을에는 격일제로 급수되는 등 주민들이 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19일 제주도와 제주기상청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간 제주지역에는 고작 14.7㎜의 비가 왔다. 평년 강수량 239.9㎜의 6% 수준이다. 이는 1923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90년 만에 최저 강수량이다. 이번 달도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8월 현재까지 누적 강수량은 평년의 10~20% 안팎에 머물고 있다.

열대야 등 폭염기록도 연일 경신되고 있다. 제주시는 연속 38일째 열대야가 계속돼 이미 종전 최장 연속일수 33일 넘어섰다. 서귀포시는 연속 43일째 열대야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폭염 기준인 33도가 넘는 폭염일수는 14일을 기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농작물 피해도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

파종기와 맞물린 당근은 발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 고사될 위기에 처해 있다. 도 조사한 결과 제주시 구좌읍 지역 1,552㏊ 가운데 250㏊에서 발아가 제대로 안 돼 재파종 해야 하는 상황이다. 콩과 밭 벼 등의 작물도 생육이 부진해 생산량이 예년보다 20~30%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8월 중순이 지나면 양배추와 브로콜리 등 월동채소를 파종해야 하지만 최근 가뭄 상황에서는 파종마저 어려워 올해 월동채소 작황에 큰 피해가 예상된다. 제주의 대표적인 나무인 해송들도 급격하게 말라 죽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제주 전역에서 고사한 해송만 2만 그루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앞으로 닥칠 가장 큰 문제는 제주 생명산업인 감귤이다. 가뭄에 비교적 강한 감귤 역시 평년에 비해 크기가 작거나 잎이 마르고 낙과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오랜 가뭄으로 과실생육이 부진 감귤 과실의 크기가 평년(지름 28㎜)에 미치지 못해 1번과 등 소과 발생이 우려되고 특히 조기 낙엽현상으로 내년 발화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도는 현재 가뭄 피해가 확산하고 있는 당근 주산지 동부지역(구좌·성산·표선)에 현지 가뭄대책 상황실을 설치·운영중이다. 애타게 비를 기다리며 제주 곳곳에선 기우제 봉행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제주도의회를 시작으로 농업인단체, 4대 종단 지도자들이 기우제를 지냈다.

중산간지역에 식수를 공급하는 한라산 어승생 제1저수지는 저수용량(10만7,000톤)의 절반인 5만2,000톤만 남았고, 제2저수지는 이미 바닥을 드러내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이에 지난 6일부터 중산간 지역 11개 마을 2,300가구에 격일제 제한급수가 이뤄지고 있다. 가뭄이 지속되면 '2일 단수, 1일 급수 체제'로 전환될 전망이다.

제주도는 가뭄위기 극복을 위해 비상대책상황실을 설치하고 농작물 급수에 총력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15일부터는 가뭄피해 현장에 간부공무원들을 배치해 가뭄대책 이동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가정마다 하루 200L의 물을 절약하면 도내 일일 공급량의 9%인 3만6,000톤의 절감효과를 얻어 가뭄 이전의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다"고 '물아껴쓰기'를 당부했다.

정재환기자 jung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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