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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복지 사표] 기초연금안 확정 과정서 소외… 청와대 복지수석에 힘 밀리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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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복지 사표] 기초연금안 확정 과정서 소외… 청와대 복지수석에 힘 밀리기도

입력
2013.09.2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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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홍원 국무총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거듭 사의를 표명한 이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초연금 공약 후퇴 논란이 거센 시점에 주무부처 실세 장관이 불쑥 사퇴 카드를 꺼낸 것을 두고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비등하다.

27일 보건복지부와 새누리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진 장관은 최근 발표된 정부의 기초연금안(案) 확정 과정에서 사실상 소외됐던 것으로 보인다. 진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현 상황에선 후퇴가 불가피한 만큼 소득을 기준으로 기초연금 수혜자 범위를 축소하되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동시켜선 안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종안은 진 장관의 의견과는 다르게 확정됐다. 수령액을 20만원까지 올려 공약 후퇴 논란을 최소화하자는 청와대와 세수 부족을 감안해야 한다는 기획재정부가 국민연금을 끌어들이는 데 의기투합한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진 장관은 왕따나 다름없었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8월 초 최원영 전 복지부 차관이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으로 임명된 뒤 진 장관의 고민이 컸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 수석은 복지부 실무자들로부터 기초연금과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방안 등 대선공약 이행 방안을 직접 보고받았고, 진 장관은 최 수석과의 면담조차 거부당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친정인 새누리당조차 진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 그는 박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실세로 알려져 있지만, 박 대통령과 동고동락해온 친박(親朴) 가신그룹과는 달리 박 대통령이 개인적인 능력을 인정한 케이스라는 게 중론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세종시 수정안 등을 두고 탈박(脫朴) 얘기가 있었을 만큼 친박계 실세들과는 여전히 소원하다. 한 재선의원은 "박 대통령이 대선 때 진 장관을 중용하는 것에 대해 반대가 많았다"면서 "박 대통령의 신뢰에 보답은 못할 망정 공약 축소 운운하며 언론플레이나 하는데 누가 도와주고 싶겠냐"고 진 장관을 비난했다.

진 장관이 지난 25일 "무력감을 느꼈다"고 말한 건 이 같은 상황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최 수석이 청와대에 입성한 뒤 복지부에 대한 장악력 자체가 급격히 떨어졌고, 기재부를 비롯한 경제부처와의 힘겨루기에서 당의 지원을 받지 못함에 따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느꼈을 공산이 큰 것이다. 진 장관과 가까운 한 중진의원은 "돌이켜 생각해보니 박 대통령이 최 수석을 임명할 때 진 장관에 대한 질책의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총리가 25일에 이어 이날 사표를 거듭 반려한 데에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실렸다. 진 장관의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한번 마음을 굳히면 되돌리는 경우는 없다"며 사의 철회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경우 자칫 '항명'으로 비칠 수 있고 집권 첫 해인 박 대통령의 리더십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진 장관의 업무 복귀 여부와 무관하게 기초연금 논란은 더 가열될 수밖에 없고 '정치인 진영'의 이미지 훼손은 불가피해졌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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