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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태풍 사망자 1,700명 넘어서…국제사회 지원 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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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태풍 사망자 1,700명 넘어서…국제사회 지원 쇄도

입력
2013.11.12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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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태풍 하이옌의 피해를 입은 필리핀이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하고 구호 및 복구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국제사회도 앞다퉈 긴급 지원을 약속하고 구호팀을 현지에 파견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를 입은 중부 섬 지역의 교통ㆍ통신이 두절된데다 또다른 태풍까지 접근하면서 구호작업이 더디게 진행돼 전염병 등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12일 오전까지 파악된 사망자가 1,774명에 달해 1만명 이상 사망했다는 비관적 전망이 현실화하고 있다.

국내외서 구호 자원 집결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은 11일 "레이테섬과 사마르섬에서 대규모 파괴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며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했다. 아키노는 정부가 운용하는 긴급대응기금 11억페소(270억원) 집행을 승인하는 한편 또다른 정부기금에서 187억페소(4,600억원)를 복구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필리핀 정부는 41개주 7,251개 지역에서 가옥 2만3,000여채가 무너지거나 파손됐다고 밝히고 이재민은 전체 인구의 10%가량인 965만명으로 잠정집계했다.

이날 최대 피해지역인 레이테섬 타클로반에 해병대원과 수송기를 파견, 외국 중 가장 먼저 구호작업에 착수한 미국은 12일 홍콩에 정박 중인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와 호위함 3척을 필리핀에 급파하는 등 구호 인력ㆍ장비를 늘리기로 했다. 미국은 또 국제개발처를 통해 2,000만달러(214억원) 규모의 구호물자를 보낼 계획이다. 영국도 싱가포르에 정박 중인 함정을 현장에 투입한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은 회원국인 필리핀 수도 마닐라와 레이테섬에 구호·복구 지원센터를 설치한다. 국경없는의사회, 미국 적십자사 등 국제 의료지원단체도 필리핀에 도착했다.

반면 중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적은 10만달러(1억700만원) 규모의 원조 계획을 발표, 필리핀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을 의식했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더딘 구호 활동, 2차 피해 우려

마닐라와 세부섬의 필리핀 정부 재해대책본부에 구호 인력과 장비가 속속 도착하고 있지만 악천후로 도로가 막혀 피해 현장 접근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타클로반에서 구호물자를 수송하고 있는 미국 해병대의 폴 케네디 준장은 "무너지거나 심각하게 파손되지 않은 건물이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며 "도로에서 잔해를 걷어내고 비행기나 헬리콥터가 착륙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방도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 지역의 치안 불안도 구호 인력 진입을 방해하고 있다. 타클로반에서 상점뿐 아니라 구호품을 실은 적십자사 차량이 약탈 당하는 일까지 벌어지자 정부는 레이테섬 일대에 야간통행 금지령을 내렸고 일부 지자체는 구조팀을 약탈하는 폭도들을 상대로 발포령을 내렸다.

설상가상으로 12일에는 태풍 소라이다가 필리핀 남부에 상륙했다. 소라이다의 순간 최대풍속은 시속 55㎞로 하이옌(시속 379㎞)에 크게 못 미치지만 하이옌으로 약해진 지반과 건물에 추가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렇다 보니 부상자나 이재민들이 필요한 구호를 받지 못해 고통받고 있다. 필리핀 정부 추산에 따르면 임산부 30만명 등 250만명에게 식량 배급이 필요한 상태다. 토무 호즈미 유니세프 필리핀 대표는 "식량과 식수, 숙소, 화장실 등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신이 곳곳에 방치된 채 수습이 늦어져 시신 부패에 따른 전염병 유행 등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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