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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노동은 사회를 지탱하는 대들보… 국가는 임금 지급해야"

입력
2014.01.19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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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노동은 다른 노동을 떠받치는 기둥이고 사회를 무너지지 않게 지탱하는 대들보입니다."

실비아 페데리치(72) 미국 뉴욕 헴스테드 호프스트라 대학 명예교수는 최근 펴낸 그의 (사진)의 국내 독자들과 인터넷 화상 채팅에서 재생산노동으로서 가사노동이 갖는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탈리아 출신인 페데리치 교수는 1972년 국제여성주의공동체를 설립한 이래 40여 년 동안 여성과 반세계화 운동에 매진해왔다. 은 페데리치 교수가 평생을 바쳐온 가사노동 임금지급운동 얘기와 재생산수단의 공유화 전략 등으로 이뤄져 있다.

페데리치 교수는 18일 오후 뉴욕 자택에서 인터넷 화상 카메라로 서울 서교동 갈무리출판사에 모인 30여 명의 독자와 마주한 뒤 "왜 가사노동이 임금을 받는 대상이 돼야 하는지", "가사노동을 공유재로 여겨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의 질문에 답했다.

국내 독자들에게 "언젠가 아랍권에서도 이 책이 출간되길 바란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한 그는 최근 건강 때문에 외부활동을 줄여왔음에도 2시간이나 가사노동 등 국가와 자본이 방기하는 '부불(不拂)노동'이 신자유주의에 의해 어떻게 착취되는지 등을 지친 기색없이 역설했다.

"1970년대부터 우리는 임금을 통해 권력을 얻는 생산노동과 달리 사회 구성원을 공급하고 이들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가사노동과 돌봄노동 등 재생산노동에 대한 무임금에 본격적으로 반문했어요. 1975년 아이슬란드에서 진행된 일일 주부 파업 이벤트처럼 하루라도 가사노동을 하지 않으면 파장은 모든 자본과 국가에 미칠 것인데 누구도 이런 재생산노동에 임금을 주지 않았어요."

기업은 노동자에게 임금을 충분히 주고, 이를 통해 노동자와 상계가 이뤄진다고 믿지만 이 같은 재생산노동은 누구의 계산에도 들어있지 않다는 얘기다. 임금으로 사회적 권력을 얻지 못하는 재생산노동자는 결국 삶을 유지하기 위해 가치 인정이 이뤄지지 않는 노동을 끝없이 되풀이하는 굴레에 묶이고 급기야 재생산수단이 붕괴하는 위기가 도래한다는 게 책의 요지다.

더구나 신자유주의가 확산하면서 복지는 줄고 이로 인해 재생산노동을 감당하는 가족 구성원, 대체로 여성이 부담하는 고통은 심화한다. "아내의 일에 임금을 주자는 주장이 아닙니다. 이런 주장은 여성성이 갖는 정체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어요. 우리는 남성이 아니라 사회의 위기를 바로잡기 위해 국가에 재생산노동의 임금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1980년대 나이지리아에서 교사로 일한 그는 이때부터 누구나 생존에 필수적인 공유재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갖도록 하는 투쟁으로 확장했다. "아프리카 여성들은 가사노동은 물론 생존을 위해 무임금으로 생태적 재앙에 맞서고 있어요. 긴축재정의 부담을 재생산노동자인 여성들이 감당하는 상황을 전세계에서 목격합니다. 또한 가사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재생산 위기가 벌어지고 있다는 증거를 세계 곳곳에서 봅니다. 책 제목에 나오는 '영점'은 바로 이런 위기의 시점을 뜻합니다."

페데리치 교수는 재생산수단의 공유재화 운동의 예로 아프리카의 도시 전원화 운동, 남아메리카의 음식생산 공동체, 시간은행제 등을 들었다. 의료ㆍ교육뿐 아니라 가정의 재생산노동을 유지토록 할 공유화가 시급하다는 얘기다. 그는 현실적인 재생산수단 위기 해소책에 대해 "스스로 재생산에 나서고 파괴된 공동체를 재생하고 연대하라"고 답한 뒤 한국 독자와의 만남을 끝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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