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보면 연예인 놀이(멤버놀이)를 하는 청소년들이 스마트폰 중독에 빠지거나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는 등 부정적인 측면만 다뤘습니다. 이는 '우리만의 음지 문화'를 들춰내 색안경을 끼고 본 기성세대의 시각입니다. 기성세대도 서태지나 HOT를 따라했듯 그 시대 동경의 대상을 보고, 닮고 싶어하는 건 어느 아이들이나 하지 않습니까? 다만 스마트폰이 등장해 그 방식이 변한 것뿐입니다. 어른들이 올바른 교육이나 좋은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 탓에 아이들이 연예인을 닮고 싶어하는 현실이 더 문제는 아닌지 궁금합니다.(11일자 '난 수지, 넌 현아 연예인 놀이에 빠진 아이들'썬몬드님 등의 댓글 의견입니다.)
10대 여러분들이 '우리만의 음지 문화'로 여기는 연예인 놀이는 너무 생소해 기사를 쓰려면 똑같이 체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취재진도 '아이유'가 돼야 했지요. 색안경을 끼기보단 '임관'(역할을 맡은 연예인), '?Z'(처음 접한 사람) 등 낯선 용어들을 파악하고 단체채팅방에 머물며 있는 그대로 연예인 놀이를 지켜봤습니다.
10여명이 스마트폰 메신저인 네이버 '라인'에서 밤에 2시간 동안 1,000여개가 넘는 메시지를 주고받고, 일부는 새벽 2시에도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어렵게 실제 연예인 놀이를 해온 여중생들에게 실상도 들었죠. 교실 친구보다 연예인 놀이를 하는 사이버 친구끼리 장시간 얘기한다니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 놀이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고 단정한 게 아니라, '지나치면 그럴 수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밝힌 것입니다.
저도 학창시절 가수 서태지가 부른 '교실 이데아'를 들으며 그에게 매료됐습니다. 내용과 형식의 파격을 이끈 '문화 대통령'을 동경했어요. 교과서 틈에 노랫말 쪽지를 끼우고, 교실 뒤에서 춤도 연습했습니다. 다만 그때와 달리 이 놀이는 뉴미디어에 자신을 특정 연예인으로 설정해 익명의 또래와 대화하는 차이가 있어 주목했습니다. 지적하신 대로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동경의 대상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졌는지도 모르겠네요.
고교생 류모(16)군은 이메일에서 "연예인 놀이는 친구와 어울리는 법을 몰라 따돌림당했던 저의 배출구"라고 했고, 한 학생은 "공부로 받는 스트레스와 소외감, 아픔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편하게 털어놓는 공간으로 봐달라"고 말했습니다. 교실 친구가 아닌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에서 연예인 프로필로 대화하는 10대들을, 음지 문화를 마음 편히 즐기게 내버려 두란 친구들을, 우리 사회 어른들이 쉽게 혼을 내거나 비웃지는 못할 듯합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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