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를 주행하던 A씨는 무심코 내비게이션을 켰다. 마침 이를 본 경찰관이 차를 세운 뒤 “운전 중에 영상표시장치를 조작했다”고 법규 위반사실을 고지했다. “DMB를 본 게 아니다”고 항변해도 소용 없다. 이달 14일 시행된 개정 도로교통법에 의해 영상표시장치 전원을 켜는 단순조작에도 영상을 본 것과 똑같은 범칙금 6만원(승용차 기준)에 벌점 15점이 부과된다.
운전자들에게는 초미의 관심사이지만 실효성에는 논란이 있는 운전 중 영상표시장치 단속을 위해 경찰이 세부기준을 마련했다. 경찰청은 전국 경찰서에 ‘영상표시장치 단속 질의응답’ 자료를 배포했다고 19일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영상표시장치에는 차량 매립형이나 거치형 DMB, 휴대용 DMB, 스마트폰, PMP, 태블릿PC, 노트북 등이 해당된다. 영상에는 영화와 드라마 같은 동영상은 물론 사진 만화 삽화 등 정지영상도 포함된다.
이런 영상을 주행 중 운전석에서 볼 수 있다면 법규 위반이다. 뒷좌석 탑승자를 위해 켜 놓았어도 마찬가지다. 거치형은 설치 각도를 조수석 동승자 쪽으로 완전히 꺾어야 단속되지 않는다. 반면 뒷좌석용 별도의 영상표시장치가 있거나 조수석 동승자가 혼자서 스마트폰으로 보는 것은 단속 대상이 아니다.
영상 중에서도 길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 영상은 시청해도 된다. 국가비상사태나 재난상황 등 긴급 상황을 안내하는 영상, 주차 보조용 후방 카메라 등을 보는 것도 단속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내비게이션을 조작하는 것은 신호대기 등 정차했을 때만 허용된다.
경찰은 4월 말까지 이 같은 내용으로 계도한 뒤 5~7월 석 달간 전국적으로 집중단속을 벌일 계획이다. 하지만 안전띠 미착용 집중단속 때 크고 작은 마찰이 벌어졌던 것처럼 경찰관이 정차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영상을 끈 뒤 오리발을 내미는 운전자들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청은 이런 경우에 대비해 단속 시 확실한 증거인 캠코더를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운전 중 영상 시청은 면허취소 수치인 혈중알코올 0.1% 상태로 운전하는 것보다 위험하다”며 운전자들의 자발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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