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 당이 성공한 사례는 전 세계 어디서도 없는 걸 보면 합리적 선택을 한 것 같다. 욕먹을 수도 있지만, 선거에 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민주당과 협력해 국민의 요구에 맞는 정치적 쇄신과 개혁을 해 나간다면 성공한 선택이 될 것이다. 특히 의석수 2개로 100석이 넘는 민주당과 대등한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은 평가받을 만 하다. 변화를 이끌어 낼지 아니면 기존세력에 흡수될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것 아닌가? (4일자 '새정치 명분에 흠집 난 안철수'제하의 기사에 대한 푸른지중해님과 Jinho Lee님 등의 의견 입니다.)
독자 세력화를 추진해 온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과의 '제3 지대 신당 창당'을 전격 발표해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당장은 안 의원이 '제3의 대안정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현실의 벽에 부딪혀 '기성정당과 합당'이라는 우회로를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승자가 독식하는 소선거구제를 택한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하에서 제3 당이 성공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등에서 정책 연대 관계였던 민주당과 손을 잡은 모습은 일견 '합리적 선택'일 수 있습니다.
다만 안 의원의 선택이 합리적이라고 해도,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했다면 새정치의 명분은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의견 수렴을 생략한 리더의 결단이 안 의원이 주장했던 새정치의 모습은 아닐 겁니다. 안 의원은 통합신당 창당 발표에 앞서 새정치연합 외부 인사들과 논의한 뒤 결심을 굳혔다고 합니다. 대다수 새정치연합 관계자들은 발표 직전에야 소식을 접했고, 새정치연합의 최고 의결기관인 중앙운영위원회의도 발표 하루 뒤에 소집돼 '어쩔 수 없이' 안 의원의 결정을 사후 추인했습니다. 안 의원이 '팔고초려'했다는 윤여준 의장과 김성식 공동위원장은 결정 과정에서 배제됐습니다. 안 의원의 새정치 취지에 공감해 '새정치연합'이란 조직의 풀 뿌리 역할을 자임한 인사들도 철저히 소외됐습니다. 그 동안 새정치연합에 대해 "사실상 안 의원이 혼자 결정하는 사당(私黨) 아니냐"는 지적이 따라다녔던 이유입니다.
물론 향후 통합신당 내에서 안 의원이 국민의 요구에 따라 정치 개혁을 달성한다면 박수를 받을 것입니다. 안 의원도 전국을 돌며 지지자들에게 갑작스러운 결정에 대한 양해를 구하고, 통합 논의 과정에서도 민주당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때문에 새정치의 취지가 사라졌다거나 안 의원이 민주당에 흡수될 것이라고 판단하기엔 이릅니다. 하지만 안 의원이 '1인 리더십'의 부정적인 모습을 반복하거나 기성정당의 체질 개선을 이뤄내지 못할 경우 그의 새정치는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 인사들의 견해입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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