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 사채업자로부터 3억원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현직 판사(본보 8일자 1면)가 3억원을 추가로 수수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해당 판사는 수억 원대 금전 거래 자체를 부인하다가 지인에게 빌렸다가 갚았다고 말을 바꿔 의혹을 키웠다.
대법원과 대검찰청은 8일 파문 확산을 막는 데 부심했다. 현직 판사가 죄질이 불량한 사채업자와 어울리며 6억원이나 되는 거액을 받았다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법원 입장에서는 파장을 가늠하기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검찰로서도 검사 출신 판사라서 불똥이 튈 수 있고, 현직 판사를 직접 수사하는 것은 조심스러워 소환이 되기 전에 알려지면 법원과 불편한 관계가 될 수 밖에 없어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대법원은 이날 새벽부터 진상 파악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법원행정처는 기획조정실과 사법지원관실 판사들을 중심으로 검찰 인맥을 총동원해 수사 진행 상황 파악에 나섰다. 대법원은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검찰에서 A판사를 내사 중이라는 보도는 오보이며, 부정확한 팩트를 기초로 보도가 나오고 있다"고 본보 보도를 반박했다. 검찰에서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일단 "사실이 아니다"고 밝힌 것을 그대로 믿고 해명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해부터 A판사의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이미 내사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의 진상을 잘 알고 있는 최씨 지인들과 사정당국 관계자는 이런 해명에 대해 "제대로 조사를 해 보고 그런 발표를 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검찰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A판사가 검사로 임용돼 2008년 최씨에게 돈을 받기 직전까지 검찰에서 근무한 만큼 이번 사안을 온전히 법원 책임으로 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법원 관계자는 "A판사 2008년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검사 시절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대검은 이날 전국 검찰청을 상대로 A판사 관련 비리 첩보가 있는지 조사해 대구지검 서부지청에서 자료를 추가로 건네 받아 사건 재배당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2년 전 금품 제공자로 지목된 명동 사채왕 최모(60ㆍ구속기소)씨를 구속 수사했던 곳이다. 하지만 해당 검찰청은 A판사의 금품수수 정황을 포착하고도 인력 부족 등으로 수사에 나서지 못했다. 대검은 자료 검토를 마치는 대로 조만간 본격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A판사가 금품을 받은 것이 검사 시절 최씨의 사건 무마와 관련됐을 가능성도 있어 검찰 감찰 라인에서도 관심을 갖고 당시 사건 처리 과정 등에 대해 면밀히 살펴 보고 있다"고 말했다.
A판사는 지난 1일 본보 기자를 만나 "최씨에게 금품을 받은 적도 없고 어떤 금전 거래도 없었다"고 밝혔다. A판사는 그러나 보도가 나간 8일에는 "지인으로부터 전세자금 명목으로 3억원을 빌렸다가 곧바로 1억5,000만원을 갚고 6개월 후 나머지 1억5,000만원도 모두 갚았다"고 말을 바꿨다. 3억원의 돈 거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최씨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서 빌렸다고 설명한 것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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