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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우들 없이… 수학여행 빠진 2학년 13명 '가장 슬픈 등굣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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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우들 없이… 수학여행 빠진 2학년 13명 '가장 슬픈 등굣길'

입력
2014.04.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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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에 이어 1, 2학년생까지 정상등교를 시작한 28일 오전,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우산을 받쳐 들고 등교하고 있다. 등굣길에는 세월호 실종학생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노란 리본들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3학년에 이어 1, 2학년생까지 정상등교를 시작한 28일 오전,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우산을 받쳐 들고 등교하고 있다. 등굣길에는 세월호 실종학생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노란 리본들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매일 같이 등교하던 아이들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하러 왔어요.”

비가 흩뿌린 28일 점심시간, 회사원 강모(38)씨가 세월호 희생자 임시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안산 올림픽기념관을 찾았다. 직장이 근처라 아침 출근길마다 등교하는 단원고 학생과 마주쳤던 강씨는 “요 며칠 출근길이 너무 외로웠다. 이 아이들의 마지막 길에 인사는 해야 할 것 같아 들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강씨처럼 점심시간을 빌어 조문 온 발길은 2㎞ 가까이 이어졌다.

조문객 수가 20만명에 육박하면서 분향소 입구 벽면은 더 이상 빈 공간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추모 메시지가 빽빽하게 붙었다. 이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난간에도 ‘언니 오빠 빨리 돌아오세요’ ‘많이 춥고 무섭지? 이제 편히 쉬어. 미안해’ 등의 메시지가 붙기 시작했다. 분향소 입구에는 눈물을 닦을 수 있도록 휴지가 비치돼 있다. 안산 고잔1동에서 30년을 살았다는 최모(71)씨는 “손주 같은 애들이, 피워보지도 못하고…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임시 합동분향소에서 100여m 떨어진 단원고도 이날 모든 학년의 수업을 재개하면서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갔다. 24일부터 수업을 진행 중인 3학년에 이어 1학년과 수학여행을 가지 않은 2학년 13명이 이날 등교했다. 일부 학생들은 평소처럼 학교 앞 슈퍼, 버스정류장에서 친구들을 기다리기도 했다. 교문에 들어서던 학생들은 희생된 학생의 운구차량이 지날 때 걸음을 멈추고 애도를 표했다. 단원고가 문을 열 때부터 학교 앞에서 문구점을 운영해 온 A씨는 “등ㆍ하교 때마다 붐비던 가게가 이젠 한산하다”며 “한 자리에서 장사를 오래 했고, 단원중ㆍ고를 이어 다닌 학생이 많아서 개인적으로도 친한 학생들이 많은데 이런 사고가 나서 너무 괴롭다”고 말했다.

이날 등교한 학생들은 학교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짜여진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백성현 경기도교육청 대변인은 “오늘 등교한 1ㆍ2학년은 수업보다는 정신건강 회복과 치유에 집중한 교육 프로그램을, 앞서 학교 적응 프로그램을 받은 3학년은 치유 프로그램과 교과수업을 적절하게 배치해 기존 교육과정을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29일 오전 10시부터는 공식 합동분향소가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다. 임시 분향소에 안치된 159명의 영정과 위패, 추모 메시지 모두 화랑유원지로 옮겨진다.

안산=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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