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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크라 동부 합병 요청에 '신중 모드'… 서방은 "불법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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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크라 동부 합병 요청에 '신중 모드'… 서방은 "불법 투표"

입력
2014.05.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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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가 분리ㆍ독립을 지지하는 주민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러시아에 합병을 요청했다.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와 서방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고, 러시아는 좀 더 추이를 지켜보겠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12일 외신에 따르면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분리주의 세력은 11일 실시한 주민투표에서 분리ㆍ독립 찬성률이 각각 89%, 96.2%로 높게 나오자 즉각 독립을 선언하고, 러시아에 합병을 요청했다. 도네츠크주 분리주의 세력이 자체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공동의장 데니스 푸쉴린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역사는 곧 우리의 역사”라며 “주민들의 의지를 바탕으로 러시아 연방에 도네츠크공화국의 편입 문제를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와 서방은 투표 결과 및 독립 선언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권한대행은 “분리주의자들과 테러리스트들이 주민투표라고 부르는 광대극은 범죄를 감추려는 선동적 위장”이라고 비난했다.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불법적 주민투표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고,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 외무장관도 이날 “EU는 우크라이나의 단합과 주권, 독립, 영토적 통합성을 확실히 지지하며 러시아도 같은 원칙을 지켜줄 것을 호소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지도부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도네츠크인민공화국 공동의장인 미로슬라프 루덴코는 13일 라트비아 언론과 인터뷰에서 “도네츠크공화국 권력의 합법화 과정을 밟는 것이 중요하다”며 “러시아 편입 문제를 논의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주장해 지도부 내에서 이견이 노출되기도 했다. 미 CNN의 설문조사 결과 우크라이나 동부 주민의 49%가 ‘러시아와 EU 어느 쪽과의 동맹도 원치 않는다’고 응답해, 분리주의자들과 일반 주민의 인식차이가 있음을 보여줬다.

러시아는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러시아 대통령실은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의 독립 의사를 존중한다”면서도 “투표 결과는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와 도네츠크, 루간스크 대표 간 대화로 폭력 없이 이행돼야 한다”며 협상을 독려하는 성명서를 냈다. 지난 3월 크림공화국의 합병 요청 땐 속전속결로 처리했던 것과 달리 조심스런 입장이다.

한편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13일 “우크라이나 사태의 모든 이해 당사국으로부터 사태 해결 로드맵의 윤곽을 확정했다”고 밝혀 외교적 해결의 기대를 높였다. 로드맵은 폭력 중단, 무장해제, (우크라이나 내) 범국민대화, 이달 25일 조기대선 실시 4단계로 구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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