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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운명, 푸틴의 속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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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운명, 푸틴의 속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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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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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양상으로 치닫던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가분리 단계로 진입하는 듯하다. 국제사회와 과도정부의 불법 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11일 동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2개주에서 친러 분리주의 세력들이 독립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강행했고, 각각 89%와 96.2%의 압도적 찬성으로 독립공화국 창설을 선포했다. 18일에는 러시아와의 합병을 묻는 찬반 투표도 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문제는 러시아계 주민비율이 높은 여타 동남부 지역으로의 분리독립 움직임이 도미노현상처럼 확산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향후 우크라이나의 운명과 관련해 두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하나는 러시아가 과연 분리 독립을 승인하고 크림처럼 병합할 것인가 이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도네츠크?루한스크주 병합은 크림경우와는 전혀 다른 문제다. 1994년 부다페스트 합의 당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핵 포기 대가로 항구적인 독립과 영토적 안전보장을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 대표되는 서구는 러시아의 크림합병을 두고 부다페스트 각서 위반이라고 비난하지만 모스크바는 다른 논리를 내세워 정당화한다.

원래 크림반도가 역사적으로 러시아영토였는데 1954년 흐루시초프가 행정구역을 자의적으로 우크라이나에 편입시켰고, 1991년 갑작스런 소련 해체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경황없이 ‘합의 이혼’ 하느라 해묵은 유산정리가 제대로 안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크림 병합은 우크라이나의 영토주권을 훼손한 것이 아니라 재산권 재분할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더욱이 민족자결권 존중 논리, 즉 크림 주민이 투표라는 자발적?민주적 의사결정을 통해 분리 독립과 러시아귀속을 결정했기에 국제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동부 2개 주를 병합할 경우 정치외교적으로 러시아에게 큰 부담이 된다. 이것은 서구가 용인할 수 있는 소위 금지선(Red Line)을 넘는 것이다.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야욕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부다페스트 합의 파기이고, 그동안 미국의 일방적 무력행사와 전횡을 큰 목소리로 비판해왔던 푸틴의 정당성도 훼손된다.

또 하나의 궁금증은 향후 러시아의 대 우크라이나 정책에 관한 것이다.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할 수 있다. 첫째는 지속적인 배후 개입을 통해 벨라루스처럼 모스크바의 지시에 충실한 친러국가로 만드는 것이다. 유로마이단 이후 우크라이나의 전체 민심이 친서방적 정향으로 돌아섰기 때문에 이는 현시점에서는 물 건너갔다.

둘째는 서방과의 전략적 완충지대로 남겨두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중립지대화 하려면 러시아의 영향력 침투가 용이한 정치체제로의 변동, 즉 연방제가 필요하다. 연방제는 러시아에게 동남부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도구 삼아 우크라이나의 국가적 진로에 상시적인 개입의 지렛대 확보를 보장해준다. 지난 3월 러시아가 유로마이단 사태 해법으로 서방에 제안한 우크라이나의 정치ㆍ군사 중립화, 자치연방제 확립, 러시아어 공용어 지정 요구 속에 그런 의도가 잘 드러나 있다.

셋째는 우크라이나의 중립화가 실패될 경우, 중서부와 동남부를 분리해 신생국 창설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독립을 선포한 도네츠크?루한스크주 외에 하리키브, 오데사, 자포리자 등 동남부 친러 성향 주들을 사주해 분리독립을 유도하고 이들을 묶어 새 국가를 수립하는 것이다. 푸틴은 지난 4월 국영TV 인터뷰 도중 ‘새로운 러시아’라는 의미의 ‘노보로시야’를 새 국명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는 푸틴이 천명한 유라시아 강대국 러시아의 부활과 맞닿아 있다. 푸틴은 탈 소비에트 공간에 위치한, 타국에 속해있지만 사실상 독립국 지위를 누리고 있는 친러 성향의 자치공화국인 조지아의 압하지아와 남오세티아, 몰도바의 트란스드니스트르 등을 크림 병합처럼 러시아연방의 일원으로 귀속시켜 나갈 것이다. 동시에 신생국 노보로시야를 EU와 NATO에 대한 대항마로 러시아가 창설중인 유라시아연합(EAU)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 가능성과 속도는 러시아 국력의 회복과 비례하고 서구와의 관계에 반비례할 것이다.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유럽의 정치지형에서 서구를 향한 러시아의 지정학적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홍완석 한국외대 교수ㆍ국제지역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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