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관들이 이른바 ‘명동 사채왕’ 최모씨로부터 무더기로 금품을 수수한 정황이 포착됐다. 최씨는 명동 사채시장에서 1,000억원대 자금을 굴려오다 지난해 구속된 거물 사채업자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에 근무하는 수사관은 2008년 최씨의 대부업법 위반 사건을 수사하면서 수사 축소 청탁을 받고 수천만원을 받았다. 의정부지검에서 근무하는 수사관은 2009년 최씨가 진정한 사건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에서 실질적인 수사를 담당하는 수사관들이 사건청탁의 대가로 돈을 받은 게 사실이라면 매우 심각한 문제다. 이런데도 검찰은 첩보를 입수해놓고 본격적인 수사나 감찰을 하지 않았다니 ‘제 식구 감싸기’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검찰의 명예가 걸린 사안인 만큼 철저히 수사해서 엄정히 처벌해야 한다.
앞서 현직 판사가 최씨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내사를 벌이고 있다. 검사에서 판사로 전직해 현재 지방법원에 소속돼 있는 판사가 2008~2009년 최씨로부터 전세자금과 주식투자 등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해당 판사는 “지인에게 수억원의 전세자금을 빌렸다가 갚았지만 최씨는 아니다. 최씨와는 아는 사이지만 어떤 금전거래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이 판사는 수감 중인 최씨를 위해 법률 조언과 변호사 선임 등에 관여하고 수사기록까지 넘겨받아 검토한 정황이 드러났다. 금품수수 여부를 떠나 이 것만으로도 법관윤리에 어긋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사실은 경찰에서도 1년 전부터 내사를 진행하며 파악하고 있었다고 한다.
판사가 금품수수 논란에 휩싸인 것은 전례가 거의 없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사법부 전체에 엄청난 파장이 불가피하다. 대검은 지난달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넘겼으나 한 달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언급이 없다. 만에 하나 검찰이 유야무야 넘어갈 심산이라면 큰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 현직 판사와 검찰 수사관들의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 조속히 결과를 내놓기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