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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원흉 샌드위치 패널, 15년 간 못 고쳤다

입력
2014.05.15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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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랜드ㆍ이천 냉동창고 화재 등서 피해 키워

규제법안, 업계 입김에 휘둘려 번번이 좌절

“안전은 공공재… 규제는 낭비가 아닌 투자”

지난해 5월 3일 발생한 경기 안성시 코리아 냉장창고(4층ㆍ연면적 4만2,000㎡ㆍ1만2,705평) 화재는 7월 4일까지 무려 62일이나 타올랐다. 신고 직후 소방차 50여대가 출동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화마는 1,480여시간 동안이나 꺼질 줄 몰랐다. 16일째 되던 날 속이 탄 유정복 당시 안전행정부 장관이 현장을 찾았지만, 반경 3㎞까지 퍼진 돼지고기 타는 노린내만 맡다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나마 근무자가 적은 새벽 시간에 불이 났기에 인명피해가 없었지만, 자칫 끔찍한 참사로 이어질 뻔한 사건이었다.

아무리 물을 퍼부어도 불이 진압되지 않은 이유는 샌드위치 패널이었다. 샌드위치 패널은 얇은 철판이나 판자 속에 스티로폼, 우레탄 등의 단열재를 넣은 건축 재료다. 값 싸고 빨리 지을 수 있어 흔히 쓰이지만 화재가 나면 불씨를 건물 구석구석으로 옮기는 불길 통로로 돌변한다. 유독가스까지 더해져 소방관의 화재 진압마저 막는다.

이렇듯 화재와 붕괴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로 인해 희생이 커진 사고는 한두 번이 아니다. 유치원생 등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1999년 씨랜드 화재, 40명이 숨진 2008년 경기 이천 냉동창고 화재, 부산외대 학생 등 10명이 사망한 지난 2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가 모두 그렇다.

하지만 참사가 났을 때만 반짝 규제를 하다가 다시 규제를 풀어버리는 정부의 무사안일함 때문에 비극은 반복된다.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가기록원에서 받은 ‘씨랜드 화재참사 관련 재난관리행정 개선대책 보고서’와 ‘인천 호프집 화재(99년 10월 중고생 등 55명 사망) 관련 재난안전대책 검토 보고서’를 보면, 당시 행정자치부는 안전 규제 완화를 원인으로 지적했다. 그런데도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느라 규제는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1999년 건축법 개정 때 내화구조(耐火構造) 의무 대상에 포함돼 있던 ‘지붕’을 ‘지붕틀’로 바꿔 불에 잘 타는 스티로폼 지붕을 허용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스티로폼 업체 배만 불린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에도 우리나라만 지붕에 내화구조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는 우려에 따라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이 지붕을 의무 대상에 포함시키는 건축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또 다시 국토교통부 반대로 폐기됐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규제 완화가 낳은 참사를 목도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선박 수명을 20년에서 30년으로 완화해 노후 선박을 들여오게끔 했고, 안전관리감독은 선사들의 이익집단인 해운조합에 넘겨 ‘자율규제’라는 허울 아래 아무도 점검하지 않는 상황을 방치했다.

이재은 충북대 교수(행정학)는 “안전은 공공재의 한 영역”이라며 “평소 안전을 위한 규제를 낭비나 지출로 볼 게 아니라 사고가 났을 때 막대한 손실을 막는 당연한 투자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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