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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춰버린 안산… "온 힘을 다해 견디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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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춰버린 안산… "온 힘을 다해 견디고 있어요"

입력
2014.05.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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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 29일째인 14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찾은 온라인 커뮤니티 '엄마의 노란손수건' 회원이 실종자 가족을 안아주며 위로하고 있다. <뉴시스>
세월호 침몰사고 29일째인 14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찾은 온라인 커뮤니티 '엄마의 노란손수건' 회원이 실종자 가족을 안아주며 위로하고 있다. <뉴시스>

‘한 달, 30일, 720시간, 4만3,200분, 259만2,000초….’

2014년 4월 16일 이후 짧지 않았던 이 시간 동안 안산의 모든 시계 바늘은 멈춰 섰고 통곡의 시간만이 잔인하게 흘렀다. 1명이라도 살아 오길 바라는 온 국민의 간절한 기원에도 꽃 같은 아이들 240여명이 한꺼번에 죽어 돌아왔고 안산은 한국 사회의 모순과 슬픔의 최전선이 돼버렸다.

4월16일 오전 통곡은 시작됐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 중’ ‘승객 400여명 탑승’ ‘단원고 수학여행 학생 325명 탑승’ 연이은 한 줄 속보 기사에 단원고는 무너져 내렸다. 땀과 먼지에 찌든 작업복 차림도, 부스스한 머리도, 무릎이 늘어난 트레이닝복 차림도 신경 쓸 겨를 없이 부모들은 한달음에 단원고로 몰려들었다.

“우리 아이 어떻게 됐냐. 모두 구조된 것이냐. 애들이 어떻게 됐는지 학교가 알지도 못하느냐.” 부모들의 울음 섞인 외침이 강당을 무너뜨릴 듯 흔들어댔지만 학교측은 아무런 답도 주지 못했다. 오전 11시쯤 ‘전원 구조 완료됐다’는 잘못된 소식에 한때 환호했던 가족들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앞다퉈 진도로 향했다. 학교 강당에 남은 가족들은 피가 마르는 고통의 시간을 보냈지만 정모(17)군이 싸늘한 시신이 돼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5명, 10명, 20명, 이윽고 100명으로 사망자 수는 속절없이 늘어만 갔다.

단원고는 하루하루 가족들의 오열로 가득 찼고 주인 잃은 책상 위에는 국화꽃이 하얗게 덮여 꽃밭이 됐다. “16년 동안 즐거웠고 고마웠어, 언니. 사랑해” “내가 그때 했던 말 진심 아닌 것 알지? 미안해. 좋은 곳으로 가길 바란다” 떠나간 아이들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과 표현하지 못한 마음이 글자가 돼 학교 전체에 나붙었다.

옆집 동생, 친구 아들, 교회 언니들이 하루에도 십여명씩 시신이 돼 돌아오면서 안산시 전체가 상갓집이 됐다. “망해도 좋으니 이런 장례는 치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어느 장례식장 대표의 외침에도 안산지역 장례식장엔 빈자리가 없었다.

친구를 구하러 다시 객실로 향했다 숨진 여학생, 수영선수가 되려던 남학생, 긴박한 침몰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해 119 신고를 한 학생…. 안타까운 사연에 국민들의 눈물도 마를 겨를이 없었다. 가라앉는 배를 구경만 한 해경과 탑승객 수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부, 배를 버리고 먼저 달아난 선장ㆍ선원들의 소식에 가족과 이웃들은 분노했다.

지난달 23일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임시 합동분향소가 문을 열고 29일에는 화랑유원지에 정부 합동분향소가 마련되자 아이들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행렬이 2㎞ 넘게 이어졌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꽃다운 아이들이 저 세상으로 갔다.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나머지 아이들이라도 제발 살아 돌아오기를….”

4월16일 이후 모든 것이 멈춰버린 안산은 온 힘을 다해 견디고 있다. 남은 이들까지 무너지면 희망의 끈이 끊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빨갛게 부은 눈으로 이를 앙 다문 채 버티고 있다. 유가족들의 세끼 식사부터 청소, 빨래까지 이웃들이 거들고 나섰다. “아무리 힘들어도 유가족들만 하겠어요. 가족들 도울 일 있으면 돕고 희망도 줘야죠. 옆집에서 십수년 살았으면 가족이나 마찬가지잖아요.”

상갓집 안산은 슬픔 속에서도 상복 대신 어느새 노란 옷으로 갈아 입었다. 아이들이 돌아오고 싶어한 학교에, 학생들의 허기진 배를 달래주던 떡볶이집에, 동네 슈퍼마켓에, 로데오거리에도. 아이들의 무사 귀환을 간절히 바라는 편지와 노란 리본이 줄줄이 달렸다. 밤이면 수천개의 촛불이 이들이 돌아올 길을 비췄다.

“단 한명의 기적이라도 일어나기를….” 모두의 간절한 바람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안산=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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