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만 시로코프(33ㆍFC 크라스노다르)는 러시아 대표팀 중원의 심장이다. 주로 중앙 미드필더로 나서지만 미드필드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데다 득점력과 패스, 돌파에 강하다. 홍명보호의 구자철(25ㆍ마인츠)과 비슷한 스타일이다.
시로코프는 1998년 러시아 프로축구 CSKA 모스크바에 입단했다. 오랜 기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2007년 FC 힘키에서 한 시즌 동안 29경기에 출전, 9골을 터트리는 등 기량을 꽃피웠다. 이듬해 명문 제니트로 둥지를 튼 뒤 승승장구하며 대표팀 유니폼까지 입었다.
시로코프는 2008년 3월29일 루마니아와의 친선 경기에서 대표팀 데뷔전을 치렀다. 그 해 김동진(32ㆍ무앙통 유나이티드)과 함께 호흡을 맞춰 소속팀 제니트의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끄는 수훈으로 유로 2008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성과는 썩 좋지 않았다. 대회 조별리그 스페인전에 선발로 나갔지만 팀이 대패하면서 주전 자리를 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35ㆍCSKA 모스크바)에게 내줬다. 이후 거스 히딩크(68) 감독이 러시아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을 때까지 백업멤버로 전전했다. 2010년 8월 제니트 사령탑이던 딕 아드보카트(67) 감독이 대표팀 수장으로 부임하면서 자신의 자리를 되찾은 시로코프는 그 해 8월11일 불가리아와의 친선 경기에서 대표팀 마수걸이 골을 터트려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또 2012년 6월9일 유로 2012 대회 체코전에서 국제대회 첫 골을 기록했다.
시로코프는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하다. 그는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한국과의 친선 경기에 출전했다. 당시 시로코프는 활발한 움직임으로 중앙과 측면을 넘나드는 것은 물론 정교한 전진 패스로 한국 수비수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시로코프는 2014 브라질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도 3골 4도움을 기록, 건재함을 뽐냈다.
시로코프는 올해 3월1일 제니트에서 중위권팀 크라스노다르로 깜짝 임대를 떠났다. 임대 배경은 줄어든 팀 내 입지와 코칭스태프와 갈등이다. 비록 자국리그에서 팀을 옮기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시로코프는 파비오 카펠로(68) 대표팀 감독의 변함 없는 신뢰를 받고 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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