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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도네츠크 "분리독립 투표 가결… 독자 軍ㆍ정부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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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도네츠크 "분리독립 투표 가결… 독자 軍ㆍ정부 구성"

입력
2014.05.1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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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주민투표에서 투표를 주도한 분리주의 세력이 압승한 가운데, 도네츠크주 크라스노아르메이스크시(市)에서 부상한 한 친(親)러시아 남성이 주변 사람들의 응급처치를 받고 있다. 정부군이 선관위 건물로 투표함이 반입되는 것을 막던 도중 시위대에 발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소 2명이 쓰러졌다. <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주민투표에서 투표를 주도한 분리주의 세력이 압승한 가운데, 도네츠크주 크라스노아르메이스크시(市)에서 부상한 한 친(親)러시아 남성이 주변 사람들의 응급처치를 받고 있다. 정부군이 선관위 건물로 투표함이 반입되는 것을 막던 도중 시위대에 발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소 2명이 쓰러졌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분리독립 찬반 주민투표를 주도한 친러시아 민병대가 투표가 끝나자마자 가결을 선언하고 군대를 포함한 국가기구를 신속히 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르면 이번 주말 러시아 편입 찬반 투표가 추가 실시될 것이란 전망 속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 투표에 대한 입장을 곧 밝힐 방침이어서 사태의 향방이 주목된다.

도네츠크 민병대 “89% 찬성”

도네츠크주에서 투표를 주관한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로만 랴긴 선거관리위원장은 11일(현지시간) 밤 “유권자 300만명 중 75%가 투표했고 89%가 찬성했다”고 밝혔다. ‘인민공화국의 자치권 행사를 지지하는가’라는 항목에 찬반을 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주민투표가 이날 오후 10시로 종료된 지 두 시간 만이다. 명목은 예비조사 결과 발표이지만 사실상 ‘승리 선언’으로 받아들여진다. 데니스 푸쉴린 인민공화국 공동의장은 중앙정부를 겨냥해 “공식적인 개표 결과 발표 뒤엔 우리 영토 내 군대 주둔은 모두 불법으로 간주될 것”이라며 독자적 군대ㆍ행정기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동시 실시된 루간스크주 주민투표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가결이 확실시된다.

투표 결과는 예상된 것이었다. 친러 무장세력의 관할 아래 독립에 찬성하는 주민 위주로 투표가 진행됐고, 도네츠크ㆍ루간스크는 모두 러시아어 사용 인구가 우크라이나어 인구보다 많은 전통적 친러 지역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러나 투표 참여 인구가 민병대 발표처럼 많았다고 믿긴 힘들지만 동부 지역의 반정부 여론을 확인하기엔 충분했다고 논평했다. 40세 남성 투표자는 “전쟁을 막으려 투표를 했다”며 정부군의 민병대 진압에 불만을 드러냈고, 78세 여성 주민은 “(이달 25일)대선 후보 중에서 러시아어 사용자인 우리를 대변할 자가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주민투표를 불법으로 간주해온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투표 진행 지역은 두 주 전체의 3분의 1에 불과하며 투표 관여자는 반드시 처벌될 것”(세르게이 파쉰스키 대통령 행정실장 대행)이라고 재차 비난했다.

투명 투표함에 유권자명부도 없어

이날 투표는 적법 절차와는 거리가 멀었다. NYT는 도네츠크 내 대여섯 도시의 투표소를 확인한 결과 유권자명부를 갖춘 곳은 슬라뱐스크 한 곳뿐이었다고 보도했다. 그나마도 최신 명부가 아니라 2년 전 총선 때 사용된 것이었다. 투표자격을 확인하는 절차가 미비하다보니 중복투표, 신분증 미지참 투표 등 불법행위가 다수 목격됐다. CNN방송은 “참관인들이 현장에서 작성된 투표자 인적사항을 검토해 중복투표된 수만큼 투표된 용지를 없앴다”며 반대표가 조직적으로 제거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기표 내용이 드러나는 투명 재질의 투표함을 설치하거나 복사기로 대량 복사한 투표용지를 배부하는 등의 문제점도 발견됐다. 슬라뱐스크, 마리우폴 등에선 찬성이 기표된 투표용지 수만장을 운반하다가 우크라이나 당국에 적발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랴긴은 “주민투표가 완벽하진 않지만 현재 상황에서 가능한 최선의 방식으로 치러졌다”며 사실상 문제를 인정했다.

일부 지역에선 투표 진행 도중 정부군의 무력 저지로 유혈사태가 일어났다. 도네츠크 크라스노아르메이스크시에선 정부군이 투표소가 설치된 시청 건물을 점거하던 중 항의하는 시위대에 발포, 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루간스크 크레멘스크에선 친러 성향 주민들이 투표소로 진입하는 정부군 장갑차를 가로막다가 2명이 다쳤다. 반면 루간스크 스바토베는 지방당국 차원에서 주민투표를 거부했고, 도네츠크 도브로폴에선 친정부 세력이 ‘도네츠크에서 떨어져 우크라이나 영토로 남자’는 취지의 주민투표로 맞불을 놨다.

푸틴의 선택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향방이 러시아의 투표결과 수용 여부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푸틴의 공보비서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12일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도네츠크ㆍ루간스크 주민투표 결과를 보고 이들 지역의 지위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며 “대통령의 결정이 어떤 내용일지 예측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또 친러 민병대가 푸틴의 주민투표 연기 요청을 거절했다는 지적에 대해 “요청이 아니라 권고”라며 “(친러)주민들은 실제 전투 상황에 직면한 만큼 러시아 대통령의 위신을 고려하더라도 권고를 따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의 입장 발표 시점이 18일로 예정된 도네츠크ㆍ루간스크의 러시아 편입 주민투표 전일지 후일지는 불분명하지만, 발표 내용에 따라 사태가 급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푸틴이 모든 가능성을 쥐고 있다”고 판세를 분석했다. 푸틴 입장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문제는 병합보다 영향력을 유지하는 선에서 해결하는 것이 상책이다. 크림반도와는 사정이 달라 합병 시도 땐 막대한 경제ㆍ외교적 부담은 물론 국내 여론도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동부 주민투표가 강행된 덕분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부와 서방을 상대로 지방자치권을 대폭 강화한 연방제로의 전환을 요구할 명분이 강해졌다는 것이 FT의 분석이다.

서방은 푸틴이 ‘꽃놀이패’를 쥐도록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에 비해 러시아 제재에 미온적이었던 유럽연합(EU)은 12일 외무장관 긴급회담을 열고 3차 러시아 제재를 결정했다. 자산동결 및 여행금지 조치가 부과된 제재 명단에는 러시아 및 크림공화국 인사 13명과 크림공화국에 기반을 둔 2개 기업이 포함됐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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