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시아 민병대 주로도 11일 도네크츠, 루간스크주에서 분리독립 찬반 주민투표가 실시됐다.
러시아와 합병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는 이 지역 친러 세력은 이날 투표를 통해 독립을 확정 지은 뒤 러시아 귀속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날 투표는 우크라이나 법규상 근거가 없는 데다 민병대가 현실적으로 투표를 진행할 수 있는 점령구역이 일부에 불과해 합법적 투표로 보기 어렵다.
투표는 이날 오전 8시부터 12시간 동안 실시됐다. 로만 랴긴 자칭 도네츠크공화국 선거관리위원장은 투표에 앞서 “학교, 병원 등 1,527곳에 투표소가 설치됐으며 우리에게 동조하는 경찰 및 자원봉사단이 선거 관리를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9일 정부군과 무력충돌이 일어난 도네츠크 남부 마리우폴시 등 2개 지역은 소요사태 때문에 예정보다 일찍 투표가 개시됐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우크라이나 국가보안국(SBU)의 방해로 최신 선거인명부를 입수하지 못해 재작년 총선 명부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앞서 SBU는 도네츠크, 루간스크주 내 27개 시장들에게 “분리주의자들에 협조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것”이라며 투표 불참 지시를 내렸다.
투표용지는 ‘도네츠크(루간스크)인민공화국의 자치권 행사를 지지하는가’라는 항목에 찬반을 표시하는 것으로 구성됐다. 뱌체슬라프 포노마료프 자칭 슬라뱐스크 시장은 “투표 이후 도네츠크공화국이 기능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지역 민병대는 투표 결과를 자신하면서 18일 러시아 귀속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한다고 예고한 상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와 서방은 불법투표라고 일제히 비난하면서도 25일로 예정된 대선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하고 있다. 주민투표가 동부 지역으로 확산돼 대선 불참의 명분으로 작용할 경우 대선 시행은 물론 결과의 정통성을 확보하는 데 지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도네츠크 민병대는 독립 찬성이 다수면 대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주민투표를 ‘반테러 작전’ 대상으로 규정한 우크라이나 정부는 투표를 앞두고 민병대에 군사적 압박을 가했다.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대통령 권한대행이 “주민투표는 우크라이나를 내전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단계”라고 맹비난한 다음날인 9일 내무부는 마리우폴시에서 ‘테러리스트’ 21명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민병대 본거지인 슬라뱐스크에서는 투표 전날인 10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정부군과 민병대의 교전이 벌어졌다.
투표 이후 어떤 파장이 밀려들지 좌지우지 하는 건 여전히 러시아다. BBC는 “러시아가 크림반도 식의 합병을 추진하지 않는 한 투표 결과의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동부는 크림과 달리 합병에 따르는 부담이 막대해 러시아가 주민투표 결과를 전폭 지지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10일 공동기자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우크라이나 대선이 차질을 빚을 경우 대가가 따를 것”이라며 추가 제재를 경고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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