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내용대로라면 여론조사는 조사기관의 주관적인 판단과 의도에 따라 문항과 반영치가 결정되기 때문에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고 이해해도 될까요. 그렇다면 여론기관이 작성하는 신뢰 수준 표본오차라는 것도 형식에 불과하다는 의미인가요.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언론기관들이 실시하는 여론조사는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다고 봐야 하는 건가요.
(5월 17일 자 1면, 커버스토리‘선거 때마다…여론조사의 함정’ 기사에 대한 올드윈님과 LJ6014님 등의 의견입니다.)
답변부터 드리자면 ‘조작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구더기가 무섭다고 장을 안 담글 수 없지 않습니까. 이 때문에 공신력 있는 조사기관의 결과를 각 정당이나 유권자들의 판단을 돕는 ‘참고자료’ 정도로 활용해야겠죠. 기사에서 언급한 대로 여론조사 결과는 사진에 비유하면 순간 포착한 ‘스냅 샷’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검증된 이전 조사결과와 비교하면서 여론의 흐름을 세밀히 살펴야 합니다.
독자님도 비슷한 시기에 들쭉날쭉한 조사결과를 접하는 경우가 있을 겁니다. 이는 조사 방식이나 조사 표본의 문제일 가능성이 큽니다. 일례로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를 강남에서 앞섰다는 여론조사 보도가 나왔습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여론조사기관에선 ‘강남권’이라면 서초ㆍ강남ㆍ송파ㆍ강동구가 해당한다”면서 “유권자들은 강남이라면 강동을 제외한 ‘강남 3구’를 떠올리지 않느냐”고 했습니다. 만일 강동의 응답률이 높을 경우 과다 대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른바 조사기관의 ‘의도하지 않은 의도’가 개입되는 경우라고 볼 수 있죠.
조사기관의 의도가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도 있습니다. 선거 때만 되면 기승을 부리는 ‘떴다방’식 여론조사가 그런 경우입니다. 후보자 측에서 조사기관과 결탁해서 자신에게 유리한 답변을 유도하는 문항으로 조사하는 경우입니다. 여론조사의 ‘문항’이 결과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여론조사로 후보 단일화를 약속한 후보들이 조사 문항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것입니다. 지난 대선 당시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를 했던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당시 제1야당 대선후보였던 문 후보는 ‘단일후보 적합도’를, 당시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았던 안 후보는 ‘양자대결 시 경쟁력’을 주장했습니다.
결국, 여론조사 불신을 줄이기 위해선 각 정당, 후보자 측은 조사기관과 함께 최대한 객관적인 문항을 설계해야 하고, 언론사는 결과에 대한 검증을 거친 뒤 보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유권자들도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에 게재된 여론조사 데이터들을 확인하고 피드백한다면 보다 건전한 여론조사 문화가 정착될 것 입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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