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성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 화재 사고를 수사하는 장성경찰서가 28일 유력한 방화 용의자로 긴급체포한 김모(81)씨는 뇌경색으로 인한 혈관성 치매 환자로 여겨진다. 하지만 의료진이 치매 환자의 공격성을 파악하지 못했고, 라이터 반입까지 허용한 것으로 여겨지면서 요양병원의 소홀한 환자 관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전문의들은 “방화는 치매 중증 진행단계에서 보일 수 있는 증상”이라며 “이 정도라면 의료진이 약물치료 등 관리를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치매환자의 공격적 행동은 약 20~60%의 치매 환자에서 발생되는데 단순히 화를 내는 것부터 가족을 때리는 등 폭력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며 “저녁 무렵 이런 행동장애가 더 악화돼 ‘일몰 증후군’이라고도 부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병원이 야간 의료인력을 충분히 두지 않아 사고 위험을 높였다는 지적이다.
또 간단한 약물 치료만으로도 증세를 낮출 수 있지만 요양병원에서 환자의 증상을 면밀히 살피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선완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치매환자의 행동을 면밀하게 보면 방화 등 사고 위험을 눈치 챌 수 있다”며 “그러나 의료진 한 명이 환자 수십 명을 담당하는 요양병원 운영현실을 감안하면 환자의 상태를 섬세하게 파악해 미리 개입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규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교수는 “약물 투입 시 환자가 졸리고 무력감을 갖거나, 인식 장애로 몸을 다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환자 특성에 따라 약을 처방하고 개별 훈련 프로그램이 진행돼야 하지만 요양병원에서 그렇게까지 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치매환자와 정신질환자의 경우 라이터, 칼 등의 병원 반입이 금지되는데도 불구하고 병원 측이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점도 문제다. 하지현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반 대학병원은 모든 병동이 금연구역인데다, 특히 정신병동은 방화 위험이 있어 절대 라이터를 소지하지 못하게 하는데도 라이터가 나왔다”며 “요양병원에서 많은 환자를 상대하다 보니 흡연이나 라이터 반입을 허용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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