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입원 후에 의료진 눈 피해 집에 와
요양원 측 "경미한 치매" 증상 제대로 파악 못해 전문의들 "중증 진행단계 면밀하게 관리했어야"
전남 장성군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 화재의 방화 용의자 김모(81)씨는 이전에도 무단 외출을 한 적이 있는 등 병원 측의 관리가 허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가 “경미한 치매”라는 병원측 주장과 달리 치매 말기 진단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의 아내 박모(76)씨는 29일 오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5월 1일 남편이 효사랑병원에 입원한 당일 병원에서 전화가 와 ‘남편이 자꾸 병원에서 도망치려고 해 개방형 병동(본관)에서 폐쇄형 병동(별관)으로 옮기겠다’고 해 ‘알았다’고 대답했다”며 “이튿날 오후 남편이 택시를 타고 집에 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김씨가 용케도 집 전화번호를 기억해 집에 올 수 있었다는 것.
병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시 개방형 병실에 있던 김씨를 옮기려던 중 김씨가 의료진의 눈을 피해 외출했다”고 인정했다. 병동생활에 처음 적응할 때부터 병원 측의 환자관리에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씨는 또 “남편이 7년 전 길에서 넘어져 의식 불명에 빠진 이후 머리가 울린다고 했고 2년 전부터는 치매인 사실을 알았다”며 “치매 걸리고부터는 사리분별을 잘 못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효사랑병원 입원 직전 남편이 뇌 영상 촬영을 받고 치매 말기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4월 30일 방에서 넘어져 광주 KS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했는데 ‘치매 말기’라는 진단을 받아 효사랑병원에 입원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김씨에 대해 “상세불명(원인불명)의 뇌경색으로 인한 경미한 치매”라고 박씨의 진술과는 다른 내용을 수사기관에 밝혔다. 경찰도 28일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내용을 밝혔었다. 요양원이 김씨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수사기관에 거짓 진술을 한 것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전문의들은 “방화는 치매 중증 진행단계에서 보일 수 있는 증상”이라며 “이 정도라면 의료진이 약물치료 등 관리를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남편의 방화가 “믿기지 않는다”고 억울해 했다. 요양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 집에서 김씨를 돌본 그는 “남편은 평생 밭일을 하고 쓰레기 줍는 일을 했고, 자식들에게 잘한 점잖았던 사람”이라며 “병원에 입원하고 나서도 ‘잘 나아서 돌아오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화재 후 병원 간호실에서 아내를 만난 김씨는 “워메, 나 죽으려다 살았네”라고 말만 했을 뿐 방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박씨는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 김씨의 방화 사실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범죄혐의가 어느 정도 인정돼야 긴급체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장성=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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