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이 교수의 당구공 불규칙성
소행성의 혼돈 연구에 가교 역할
5월 21일 노르웨이 오슬로대에서 아벨상 시상식이 열렸다. 2003년 시상을 시작한 아벨상의 올해 수상자는 미국 프린스턴대 수학과와 러시아 란다우 이론물리연구소 겸직 교수인 야코프 시나이다.
연예계, 스포츠계 등 다른 분야는 위대한 인물이 왜 위대한지 일반인이 쉽게 알 수 있으나 과학과 수학 분야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과학 분야는 노벨상 등 다양한 상을 받은 과학자의 업적을 눈에 보이게 설명하는 경우가 많지만 수학은 일반인은 물론 다른 분야의 과학자, 심지어 동료 수학자도 어떤 연구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위대한 수학자를 소개할 때, 그가 몇 십 년 동안 풀리지 않은 문제를 풀었고 어떤 수학상을 받았다고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가 올해 여름 서울에서 열린다. 이 자리에서 개최국의 국가원수, 올해는 박근혜 대통령이 위대한 수학자 몇 분에게 필즈 메달을 수여한다. 필즈 메달은 40세 미만의 수학자만 수상할 수 있다.
반면 아벨상은 5차 이상 방정식의 답을 구하는 수식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1829년 28세의 나이에 요절한 노르웨이의 수학자 아벨의 이름을 딴 상으로, 같은 ‘벨’자가 들어가는 노벨상처럼 매년 수여되고 나이 제한도 없다.
시나이 교수는 동역학계의 혼돈(카오스) 연구에 기여한 공으로 상을 받았다. 그가 지도교수였던 콜모고로프와 함께 제안한 동역학 엔트로피는 동역학계의 운동이 얼마나 복잡한지 또는 질서정연한지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로 쓰인다.
열역학 제1법칙은 열에너지를 포함한 모든 에너지의 총합이 보존된다는 에너지보존의법칙으로, 제2법칙은 열역학계의 무질서한 정도를 나타내는 엔트로피는 감소하지 않는다는 엔트로피증가의법칙으로 각각 알려져 있다. 이 엔트로피는 20세기 후반 디지털 정보통신 시대에 정보의 양을 나타내는 정보 엔트로피의 개념으로 확장됐다.
통계열역학 연구 대상처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입자들의 복잡한 운동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장기 예측이 불가능한 카오스는 아주 간단한 동역학계에서도 나타난다. 시나이 교수의 이름이 붙은 ‘시나이 당구대’는 정사각형 당구대 한가운데 원기둥이 달랑 하나 서 있다. 여기서 당구공을 튕기면 스핀을 고려하지 않은 당구공의 궤적은 입사각과 반사각이 같다는 반사의 법칙에 의해 완전히 결정된다. 그렇지만 당구대와 원기둥에서 몇 번 반사된 이후의 궤적은 예측이 불가능해진다. 이렇게 결정돼 있으면서도 장기 예측이 불가능한 혼돈의 경우 콜모고로프와 시나이의 동역학 엔트로피는 0보다 큰 양의 값을 가진다.
이에 비해 태양 주위를 도는 지구의 궤도는 어제도 오늘도 내년도 변함 없이 규칙적이다. 이렇게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동역학계의 엔트로피는 0이다. 정보론적으로 표현하면 새로울 것이 없다는 말이다. 가끔 지구 문명을 위협하는 소행성들의 불규칙해 보이는 운동도 그 궤도는 뉴턴의 운동법칙으로 결정돼 있지만, 혼돈적이어서 동역학 엔트로피가 양의 값을 가지고 끊임없이 새로운 뉴스거리를 제공한다. 시나이 교수는 혼돈 연구를 통해 수학과 물리학을 이어주는 위대한 역할을 했다.
김재완ㆍ고등과학원 교수 겸 오픈키아스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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