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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넘어 대중가요까지... 음악의 이름으로 소통"

입력
2014.06.0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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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실의 스타인웨이 피아노 앞에서 이혜경 교수는 "학생들의 연주는 갓 구운 빵 같다"며 제자들에게 애정을 표했다. 김주성 기자 poem@hk.co.kr
연습실의 스타인웨이 피아노 앞에서 이혜경 교수는 "학생들의 연주는 갓 구운 빵 같다"며 제자들에게 애정을 표했다. 김주성 기자 poem@hk.co.kr

<정통 클래식을 넘은 호기심>

바흐 평균율 전곡 연주 등 '야성의 연주가' 별칭 속 장르 탈피한 길험적 앙상블 만들어

제자들과 편곡ㆍ정기 연주회 독특한 예술적 순간으로 기록

<난해함과 대중성 - 음악으로 공존>

가요ㆍ야외 무대 협연 등

팝스콘서트로 대중에 손 내밀어

<세월호 참사, 큰 아픔>

한국인 특유의 역동성ㆍ단순함 드러나

일시적 뭇매로 끝날까 우려, 긍정적 가치로 역동성 유지해야

글렌 굴드,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 프리드리히 굴다…. 독특한 개성으로 20세기를 주름잡은 피아노의 거장들이다. 피아노의 성서라는 바흐의 평균율 전곡을 녹음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름 앞에 으레‘야성’이란 말을 달고 다니던 피아니스트 이혜경(55 중앙대 피아노과 교수)씨는 2006년 이 대열에 합류했다. 2006년 러시아의 레이블에서 나온 두 장 짜리 음반이다.

‘야성의 연주가’라는 기존의 이미지를 불식시키려 작정한 듯 단아하기까지 하다. 피아노 입문 50주년, 중앙대 봉직 30주년, 피아노 앙상블 ‘피아노 온(Piano On)’ 10주년을 맞는 내년을 앞둔 지금, 자택 연습실에 나란히 자리잡은 두 대의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세월을 반추하는 듯 하다. 중심부와 주변부를 아울러 온 그의 시간을 응접실의 진공관 앰프는 지켜봤을 것이다. 때로는 현대 음악도 마다 않는 그의 행보지만 팝스 오케스트라와도 어깨를 나란히 한다. 보기 드문 광폭 행로다.

우선 지난 2005년 교수급 제자들과 만든 ‘피아노 온(온전하다, 지속된다는 의미)’은 현재 회원 13명이 피아노만의 앙상블을 주축으로 인접 장르와의 실험 등 새로운 시도를 펼치고 있다. 당장 13일 중앙대 아트센터대극장에서 펼쳐지는 제 14회 정기 연주회에는 고병량의 ‘수렛소리’ 등 4편의 세계 초연곡들이 호기심을 부추긴다. 11월에는 서울시티필과 함께 바흐의 피아노 협주곡을 피아노 1대~ 4대가 펼치는 무대로 나눠 올리니, 독특한 예술적 순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14 차례 하며 쌓인 레퍼토리가 100여곡인데 그 중 초연곡이 2~3할일만큼 한국 작품에 가장 애착을 두고 있다. 피아노 온의 또 작업, 한국 가요를 편곡 연주가 그것. 빠듯한 예산 탓에 편곡자 모시기가 늘 힘들지만, 1년에 적어도 두 번은 정기 연주회를 이어나가려 한다. 제자들을 위해 만든‘피아노 인’에서의 활동과 자연 대비된다. 큰 그릇이 되려면 참을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의 인(忍)이다,

현대음악에의 애착은 그를 여타 중견 연주자들과 구별 짓게하는, 어쩌면 결정적 특징이다. “현대 음악 전문 연주자는 아니지만 우선 나 스스로가 좋아서 하는 것이다.” 현대 음악 전문 연주자인 임수연씨가 중앙대 강사로 일하게 된 것도 그 덕분이다,”특히 기억 남는 일은 김정길의 1979년작 ‘하우스도르프의 공간’을 1982년 초연한 연주회다.” 위상 수학을 음악으로 나타낸 작품에, 초연자인 그는 강석희나 백병동 등 현대 음악의 거장들보다 많은 애착을 표했다. 자신의 연주를 두고 “통상적 진화 과정에서의 돌연 변이”라고도 했다. 난해한 현대 음악의 예로 꼽히는 작곡가 스크리야빈에 대한 독특한 해석은 그의 내면을 엿보게 한다. “유물주의 가 팽배하던 제정 러시아의 풍토에서 한 소절에 악상 기호가 무려10개 달릴 정도로 혼자만의 신비주의를 천착했죠. 나는 이것을 관능성, 즉 생명력에 대한 이해로 보거든요.” 과연 독특하다.

그 같은 독특한 개성에도 그는 외곬이 아니다. 모차르트의 소나타 3개, 슈만 2개, 드뷔시 2개, 브람스 1개 등 일반에게도 친숙한 작품들을 레퍼토리로 발표한 CD는 공부한다는, 겸손의 표시였다. 20~30대는 프로코피예프 등 체력을 요하는 난곡들만 골라 연주했던 그는 이제 한국 작곡가들의 새 작품에 무게를 둔다. 아이디어가 받쳐 주었다. 국가 별로 주제 잡아서 펼친 기획 연, ‘봄의 제전’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등 현대 음악을 피아노 곡으로 편곡해 연주하는 등의 시도다. “엄청난 노력과 재정을 들여 유학까지 갔다 온 사람들이 귀국 리사이틀이나 2~3년에 한 번씩 독주회를 겨우 치르는 꼴이 하도 안타까웠죠.”

대중에게 손 내미는 행보가 활수하다. 하성호 서울팝스오케스트라와 대중 가요를 레퍼토리로 무대화하기도 했던 그는 나아가 야외 무대 협연를 꼭 하겠다고도 다짐했다, “제가 가요를 정말 즐기거든요. 편곡 작업에더 아름다운 조명까지 합치면 참 볼만할 거예요.” 능소능대가 따로 없다, 난해한 스크리야빈과 극히 대중적인 팝스콘서트가 그에게서는 공존한다. “결국 음악의 이름으로 다 통하는 거죠. 음악을 통해 전달되는 아름다움은 진실성이니까요.”그 같은 소통의 모델이 바로 한류라는 것.

초등학교 4학년부터의 피아노를 가르쳐 온 스승 장혜원의 권유에 따라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독일에 유학했다. 폴크방의 첫 한국 유학생이었던 그는 옛 수도원 건물의 정취에 빠져 있던 예비 숙녀였다. 에센에서는 교과서적으로 사는 모범 가정에서 수업한 그는 뮌헨으로 와서는 결손 가정서 생활해 내면적으로 힘들었던 기억이다. 첫 제자였던 나를 애틋하게 생각한 장혜원 덕에 25세에 ‘대우전임’이라는 생소한, 요즘 말로는 1년 계약직으로 출발했다. “중앙대 피아노과 최연소 교수로 , 중앙대와 이렇게 긴 인연 맺을 줄 몰랐어요. 30여년이나.”.

이제 큰 스승으로서 그는 “외국의 것에 대한 선망 풍조에 클래식이 일조하지 않았나 하는 자괴감도 있다”고 했다. “너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사회예요 고액 연봉자들이 보통 사람들의 삶에서 돌출하는 것도 그 같은 맥락이겠죠?”

세월호 사건 속에서 그는 큰 아픔을 느꼈다.,”나는 타인의 불행에 대해 갖는 아픔이 강해요. 세월호는 유벙언의 과오가 명백하나, 문제는 그로부터 비롯된 수많은 여파가 일시적 뭇매로 끝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죠.”긍정적 의미에서건 부정적 의미에서건 그것은 한국인 특유의 역동성, 단순함, 생종 본능 등이 유감없이 표출된 사건이라 했다. “내 안의 설명할 수 없는 용암. 한국적 역동성에 내재된 긍정적 가치를 계속 지켜나가는 것이 관건이죠.” 야성이 꿈틀대는 모양이다.

장병욱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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