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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편히 보내고 싶은데 아직도 눈에 아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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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편히 보내고 싶은데 아직도 눈에 아른…”

입력
2014.06.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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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품 태우며 극락왕생 기원 가족들 “다음 생엔…”오열

단원고생 친구들 “영정사진 보니 다시 먹먹”

실종자 16명 가족 반대로 팽목항에선 49재 못 열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15명의 49재가 3일 경기 안산시 수암동 지장사에 열려 참석한 유족들이 애도를 하고 있다. 안산=홍인기기자hongik@hk.co.kr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15명의 49재가 3일 경기 안산시 수암동 지장사에 열려 참석한 유족들이 애도를 하고 있다. 안산=홍인기기자hongik@hk.co.kr

“보미야. 사랑해. 행복하게 살아야 돼!”(고 이보미(17)양 어머니)

“잘 가, 다음 생에는 더 좋은 곳에서 살자.”(고 허유림(17)양 어머니)

3일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15명의 49재가 열린 경기 안산 상록구 지장사에는 구슬픈 비가 내렸다. 부모들은 불을 지핀 소대(燒臺)에 옷, 운동화, 스케치북, 인형 등 아들ㆍ딸이 평소 아끼던 유품을 넣으며 울음을 삼켰다. 고 정다혜(17)양 부모는 잔향이라도 기억하려는 듯 옷가지의 냄새를 맡았고, 고 박예지(17)양 어머니는 유명 브랜드의 새 신발을 말없이 소대에 넣었다.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영혼을 보내는 봉송의식이건만 부모들은 자식을 놓지 못했다. 끝내 오열했다. 49재의 마지막 의식이자 영혼들이 다음에 좋은 생을 받길 기원하는 회향식에서 “마음으로 놓아줘야 좋은 곳에 갈 수 있다. 5분만 실컷 울고 아이들을 보내주자”는 부원스님의 말이 끝난 직후였다. 법당 안은 “사랑해” “잘 가라” “행복하게 살아”라는 마지막 바람으로 가득 찼다.

앞서 49재 발원문을 읽은 의연스님은 “아이들이 부디 그곳에서 편안하도록, 앞으로 삶에서 같은 인재(人災)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주소서. 아직 찾지 못한 시신이 가족 품으로 하루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소서”라고 기원했다. 유가족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날 오전 9시부터 시작된 49재는 낮 12시 30분이 돼서야 끝이 났다. 실종자 16명의 넋을 기리는 묵념의 시간도 가졌다.

사고 발생 반백일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49재까지 치렀건만,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은 쉬이 누그러지지 않았다. 고 이보미양의 아버지는 “스님께서 마음 편하게 보내줘야 한다고 당부하셨지만 어려울 것 같다. 보고 싶어서 계속 눈에 아른거리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49재를 지켜본 희생학생의 친구와 시민들 역시 “잊기 어려운 상처”라고 입을 모았다. 연신 눈물을 훔치던 강인호(22)씨는 “이제는 보내줘야 하는데, 유가족뿐 아니라 많은 시민들도 쉽게 그러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 이진환(17)군의 친구 설근호(17)군은 “49재는 마음 편히 떠나 보내는 자리라고 해서 왔는데, 진환이의 영정사진을 보니 다시 마음이 먹먹해진다”고 했다.

이날 경기 안산 하늘공원부곡공원묘지ㆍ평택 서호추모공원ㆍ화성 효원납골공원 등에서도 각각 단원고 희생자 49명 등을 봉행하는 49재 추도식이 열렸다.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도 예정돼 있었지만 “시신조차 찾지 못했는데 49재를 하는 게 말이 되냐”는 실종자 16명 유가족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승객과 동료들을 구조하다 희생된 양대홍(45) 세월호 사무장, 50년 지기 용유초 동창생들과 여행을 갔다 돌아오지 못한 백평권(60)씨 등 일반인과 승무원 희생자 22명의 49재도 이날 오후 열렸다. 일반인과 승무원 희생자 26명의 위패, 영정이 안치된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 정부 합동분향소는 이날 유가족과 지인 등 200여명의 울음과 슬픔으로 가득했다.

정명교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원회 부대표는 추도사에서 “고인이 되신 부모, 자녀, 형제자매를 억울하고 침울한 참사사고와 근심, 걱정 없는 곳으로 보낸다”라며 “정부는 고인들을 매 순간 떠올리며 대한민국에 이런 일이 없도록 내 일처럼 생각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산=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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