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7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제출을 앞두고 16일 정면으로 충돌했다. 새누리당은 문 후보자가 직접 사과하고 해명한 만큼 인사청문회에서 판단하자는 입장인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명 철회와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더구나 여권 내에서도 문 후보자의 거취에 대한 이견이 분출하면서 문 후보자가 인사청문회까지 가는 길조차 험로가 예상된다.
"청문회 열어 판단" 당내 반발 진화나서... 이재오 "고집 부릴 일 아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문 후보자가 위안부 문제 등 역사인식에 대해 사과하고 해명했기 때문에 야당은 물론 당내 반대 기류까지 희석시키면서 일단 인사청문회까지 끌고 가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당내 비주류 초재선 의원들의 반발 기류에다 불교계를 비롯한 종교계의 심상찮은 움직임 때문에 지도부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당 지도부는 일단 인사청문회까지는 기정사실화하면서 야당에 역공을 취하는 모양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법에 보장된 청문 절차와 과정이 지켜지는 것이 성숙한 민주주의”라며 “그 과정에서 부적격 여부에 대한 여부는 국민이 판단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현 사무총장도 “듣지도 묻지도 않고 아예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도 말라는‘모르쇠 정치’가 새정치인지 이해하기 난망하다”고 야당을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당내 초선 의원 모임인‘초정회’소속 일부 의원들을 오찬에 초청해 의견 수렴에 나서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강석훈 의원은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지만 전반적으로 법에 정한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는 분위기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갑윤 국회 부의장은 이날 조계종 중앙종회가 문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진화하는 데 부심해야 했다. 국회 불교신자 모임인 정각회 회장인 정 부의장은 이날 오전 자승 총무원장과 만나 문 후보자 논란과 관련,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야 하고 이 사안이 자칫 종교 갈등처럼 비쳐져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비주류의 반발이 확산되면서 뒤숭숭한 분위기다. 비주류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문 후보자 임명 강행 기류에 대해“다수 국민이 아니다라고 하면 아닌 것이고 고집 부릴 일이 아니다”면서 “나라를 더 이상 어지럽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차피 안 될 일을 갖고 시간을 끌수록 청와대에 대한 불신만 가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차기 당권 주자들을 향해서도 “이미 이웃나라에도 망신살이 뻗쳤다. 이럴 때 당 지도부나 앞으로 지도부가 되겠다는 분들이 국민의 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인사청문요구서 국회 보내지 말라" 파상공세... 표대결까지 복안도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문 후보자를 향해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전 자진사퇴 하라며 총공세를 퍼부었다. 일각에서는 청문회 보이콧 주장까지 제기하는 등 인사청문요청서가 국회로 넘어오더라도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겠다는 험악한 분위기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후보자 인사청문요구서가 국회에 오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임명강행은) 상식에 벗어나는 일”이라고 박근혜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민족 비하성 발언 등으로 이미 국민적 검증이 끝난 상황에서 인사청문회를 강행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정권의 오만과 독선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야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조윤선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문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보내지 말 것을 강력하게 촉구하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냈다.
인사청문회를 아예 보이콧해서 임명동의안을 처리하지 말자는 강경론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하지만 법률에 정해진 총리 인사청문회를 거부할 경우 여당으로부터 역공을 당할 수 있다는 정치적 부담 때문에 지도부가 보이콧을 선택할 개연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지도부 관계자는 “청문회를 통해 문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함으로써 박근혜정부의 부실 인사검증시스템을 집중 부각시키는 것이 향후 정국을 주도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도부는 또 ‘문창극 정국’을 7ㆍ30 재보궐 선거까지 연결시켜 정권 심판론을 재점화시킨다는 복안이다.
야당은 청문회를 수용하더라도 쉽게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이 야당 몫으로 넘어온 만큼 본회의에 제출하는 청문회경과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으로 내정된 박지원 의원은 방송 인터뷰에서 “문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했지 사과를 요구한 것이 아니다”며 “오늘 중이라도 사퇴하리라는 희망을 갖는다”고 압박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에서는 여권 내에서도 문 후보자에 대한 반발기류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본회의 표결절차까지 이어지더라도 부결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표계산까지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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