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국일보 독자 여러분.
붉은 악마의 브라질 현지 응원 소식을 전하게 된 최해문 입니다. 15일(일요일) 낮 12시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탄 저희는 비행기만 32시간 만인 16일 밤에서야 브라질 땅을 밟았습니다. 비행시간만 무려 24시간. 몸은 몹시 힘들었지만, 떨리는 마음으로 러시아 전 응원을 준비했습니다.
대한민국 선수들은 최선을 다 해 뛰었습니다. 저희도 목청껏 응원했고요. 1-1 무승부 결과, 직접 본 선수들의 투지의 결과물로는 아쉬운 성적표입니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고 대표팀이 더욱 힘을 낼 수 있도록 저희도 23일 있을 알제리 전을 위해 더 많이 준비하겠습니다.
저희가 밟는 길, 앞으로 여러분께 생생히 전달해드릴 계획입니다. 한국과 브라질은 지구 반대편 끝이죠. 시차도 무려 12시간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 시간으로 풀어드리겠습니다.
Day 1. 30시간 넘는 고된 여정...건장한 두 남성도 코피
붉은 악마의 여정은 15일(일) 오전 10시30분, 인천국제공항에서 가진 조촐한 출정식으로 시작됐습니다.
낮 12시 20분, 저희는 경유지인 미국 디트로이트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13시간의 비행, 이후 8시간을 대기 한 후 상파울루행 비행기에 다시 몸을 실었죠.
10시간을 더 날아 상파울루로 도착했습니다. 여성회원 한 명이 잠시 쓰러지고 건장한 남성 둘도 코피를 흘렸습니다. 그만큼, 이동 자체만으로도 고된 여정이었습니다.
상파울루 공항에서 콩고나스 공항으로 이동하는 도중 상파울루 시내를 잠시 둘러봤는데요. 여기도 브라질 국기, 저기도 브라질 국기. 2002년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는 것 같네요.
7시간을 더 대기한 후 비행기로 2시간을 더 이동해 한국의 첫 결전지 쿠이아바에 도착했습니다. 예약 내용과 달랐던 숙소,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도 우리를 괴롭혔지만 첫 경기에 대한 떨림을 안고 잠을 청했습니다.
Day2. 러시아와 첫 경기, 두 골 다 못봤지만…
드디어 고대하던 18일. 이곳 시간으론 17일이지요. '결전의 날'이 밝았습니다. 모두가 몹시 고단했지만 늦잠을 잔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붉은 악마들은 현지 출정식을 통해 결의를 다지고 숙소를 나섰습니다.
경기장 근처에서 식사를 마친 저희는 경기장 인근에서 교민들과 함께 응원 연습을 하고 경기장 입장을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난처한 상황을 맞았습니다. 응원을 위해 준비한 응원용 드럼과 메가폰 등의 장비등은 대부분 압수당한 것이죠. 경기장 소음과 안전상의 이유라고 하는데요. 2006 독일 월드컵 때도 현장 응원을 했던 저로서는 대부분의 응원도구가 동원됐던 지난 대회를 떠올리면 쉽게 납득하기 힘든 조치였습니다.
이번 붉은 악마의 현장 응원을 리드하는 저로서는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었습니다. 한참 실랑이를 했지만, 결국 저는 북 소리 없이 생목으로 응원을 리드하게 됐습니다.
다행히 저희가 준비해 간 대형 현수막 응원은 펼칠 수 있었습니다. '다시 일어서리라, 자랑스런 대한민국이여!'
이 메시지는 공개 전까지 극비 사항이었고, 저희들 중 펼쳐진 모습을 직접 확인한 이는 거의 없었습니다. 왜냐. 저 현수막이 우리 머리 위로 올라왔으니까!
현장에서 본 한국의 투지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그간 평가전에서 낳은 우려를 단번에 씻어준 우리 대표팀. 덩달아 붉은악마의 목소리도 더 커졌습니다.
한국에서 함께 간 붉은악마는 약 120명 정도지만, 현지 교민분들이 합류해 큰 힘을 실어주셨습니다. 많은 브라질 사람들도 한국을 응원하는 모습도 보였고요.
전반 23분, 이근호 선수의 선제골이 터진 순간은 희열로 가득찼습니다. 목청 터져라 외친 붉은악마들은 웃음 반 눈물 반 섞인 채 벅찬 감격을 맛봤습니다. 비록 얼마 후 허용한 동점골에 승리를 거머쥐진 못했지만, 저희는 멋진 경기를 펼친 우리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습니다.
사실 저는 한국이 터뜨린 선제골, 러시아의 동점골 모두 직접 보지 못했습니다. 붉은악마 동료들과 경기장을 번갈아 보며 응원을 리드해야 했기 때문이죠.
비싼 돈, 귀한 시간 들여 브라질까지 왔는데 골 장면도 제대로 못 봐 아쉽겠다고요? 아쉽기도 하지만, 저희에겐 일상이자 사명이기도 합니다.
알제리와의 2차전을 위해 다시 한 번 목청을 가다듬겠습니다.
쿠이아바에서. 최해문.
정리=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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