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괘씸죄 탓 아니오?”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이 2년 연속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낙제점이나 다름없는 D등급을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인 KTL은 기업들이 국내 판매하는 제품의 안정성과 성능 등을 평가해 인증을 해준다.
지난해 KTL이 D등급을 받은 이유는 직원 생산성에서 30점 만점에 2.5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직원 생산성은 직원 1인당 어느 정도 생산유발효과를 발휘했는 지 정해진 공식에 따라 계산한다.
그런데 KTL은 지난해 약 700명 직원 가운데 정규직 354명, 비정규직 350명으로 비정규직 비율이 50%에 육박했다. 그렇다보니 2년 계약직인 비정규직이 정규직과 동일한 생산성을 낼 수 없다는 게 KTL 항변이었다.
KTL이 비정규직을 많이 채용한 것은 지난해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일이 쇄도해 직원을 늘려야 하는데 정규직 정원이 354명으로 동결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당시 남궁민 원장은 “몇 시간씩 줄 서서 기다려야 할 만큼 인증을 받으려는 기업들이 많아 이를 해결하려고 비정규직을 뽑았다”며 “빠른 일처리로 2012년 100억원 매출에 90억원 흑자를 냈는데, D등급이라니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에 남궁 원장은 기재부를 상대로 지난해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30년 공공기관 평가 사상 처음 벌어진 일이다. 당시 남궁 원장은 “최초 평가 기준에는 정규직을 기준으로 평가하겠다고 해서 여기 맞춰 1년간 준비했는데, 실제 평가는 사전에 말도 없이 비정규직까지 포함해 평가했다”며 평가시 달라진 기준 적용을 문제 삼았다.
남궁 원장은 6개월 싸움 끝에 기재부와 합의점을 찾아 소송을 취하했다. KTL 관계자는 “구체적 내용을 밝힐 수 없지만 기재부에서 다른 방식으로 KTL의 노력을 인정해줘서 소송을 취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결과도 동일했다. 기재부는 KTL이 지난해와 달라진 게 없다고 봤다. 이에 대해 KTL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KTL 관계자는 “문제가 된 직원 생산성 부분을 올해는 만점에 가깝게 준비한 만큼 이해하기 힘든 결과”라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남궁 원장이 기재부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괘씸죄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다. 다른 공공기관 관계자는 “어느 기관장이 지난해 지적받은 사항을 그대로 두겠느냐”며 “개선이 이뤄졌는데 평가가 낮다면 밉보인 탓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렇게 보는 이유는 2년 연속 D등급을 받은 기관장은 해임 건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당하게도 남궁 원장은 이미 지난 3일 3년 임기가 끝났다. 모 공공기관 관계자는 “이미 임기가 끝난 사람에게 무슨 해임 건의냐”며 “어이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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