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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던 오광수 운영위원장 돌연 사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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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던 오광수 운영위원장 돌연 사퇴… 왜?

입력
2014.06.19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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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수 부산비엔날레 운영위원장
오광수 부산비엔날레 운영위원장

선거 과정서 1위 한 감독에

전례 없는 공동감독 제안

독단적 운영위 구성 등 반발커

"부산 시장 바뀌게 되자 사표

순수한 결단은 아닌 듯"

전시감독 선임 과정에서 물의를 일으켜 사퇴 압박을 받아온 오광수(76) 부산비엔날레 운영위원장이 사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오 위원장은 18일 조직위원장인 허남식 부산시장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조직위원회는 23일 임원회와 운영위원회를 열어 사표를 수리할 예정이다.

개막을 석 달 앞둔 올해 부산비엔날레는 지난해 10월 전시감독 선임 과정에서 오 위원장의 독단과 월권이 불거진 이래 파행을 겪어 왔다. 전임 이두식 운영위원장이 갑자기 사망함에 따라 지난해 8월 후임으로 부산비엔날레에 온 오 위원장은 감독 선정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당시 감독 선정위원회 투표에서 부산의 미술작가 겸 전시기획자 김성연씨가 1위로 나오자 오 위원장은 2위 득표자인 프랑스 기획자 올리비에 케플랑과 공동감독을 하라고 김씨에게 요구했다. 공동감독제는 부산비엔날레 규정에 없고 전례도 없다. 김씨가 이를 거절하자 3위 득표자에게 공동감독을 제안했으나 거부당해 결국 한 달 뒤인 11월 말 케플랑이 감독으로 최종 선정됐다.

케플랑 감독은 당초 부산비엔날레 감독 선정위원회가 추천한 후보 30인 명단에는 없었으나, 오 위원장이 추가 추천을 요구해 새로 들어간 6인 중 한 명이다. 운영위원 중 한 명이 케플랑을 추천했고 오 위원장도 2명을 추천했으나 부산비엔날레 규정 상 운영위원이나 운영위원장은 감독 추천권이 없다.

이처럼 감독이 비정상적으로 선임되자 부산 지역 예술가들이 부산문화연대를 결성, 1인 시위와 토론회 등으로 항의를 계속했다. 그래도 반응이 없자 부산문화연대는 5월 부산비엔날레 보이콧을 선언했다. 오 위원장의 독단에 항의, 부산비엔날레 운영위원 12명 중 3명이 사퇴했고 한국큐레이터협회도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는 등 부산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미술계가 반감을 표시했다.

감독 선임의 절차상 하자는 부산비엔날레 내부 감사에서도 확인됐다. 2월에 나온 감사 보고서는 “전시 감독 선임이 임원회 보고, 동의, 승인 등을 완전히 배제한 채 이루어졌다” “전시 감독 선정 권한이 없는 위원장이 기존 운영위원회가 의결한 1인 감독제를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감독 후보를) 사전 검토했다”고 지적했다.

미술계는 내내 버티던 오 위원장의 뒤늦은 사표를 반기면서도 사퇴 시점이 불순하다고 의심하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한 중견 큐레이터는 “최근 지방선거 결과 임명권자인 부산시장이 바뀌게 되자 사표를 낸 것으로 보아 순수한 결단이기보다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술계 원로로서 존경 받을 만한 처신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미술평론가인 오 위원장은 환기미술관 관장,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장,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광주비엔날레 총감독,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그가 총감독을 맡은 2000년 광주비엔날레는 졸속 논란과 안티비엔날레 운동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그는 광주시와 갈등 끝에 해촉된 최민 전 감독의 후임이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시절(2009~2012)에는 이명박 정부에서 좌파로 찍혀 쫓겨난 전임 김정헌 위원장이 해고 무효 소송에서 승소, 2명의 위원장이 나란히 출근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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