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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 이후 줄곧 관심병사'...등급 낮추면서 GOP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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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 이후 줄곧 관심병사'...등급 낮추면서 GOP투입

입력
2014.06.22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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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병장 작년 검사 "스트레스에 신경질적 반응"

군 당국 "22사단 관심병사 전체의 20%에 달해"

인명사고 때마다 반짝 제기 병영문화 개선책 공염불

21일 오후 동부전선 최전방 GOP에서 초병이 동료 병사들을 향해 소총을 난사한 뒤 무장 탈영을 하는 사고가 발생해 강원도 고성 일대에 진돗개 '하나'가 발령 된 22일 오전, 사건 현장에서 인접한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대대삼거리 검문소에서 장병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후 동부전선 최전방 GOP에서 초병이 동료 병사들을 향해 소총을 난사한 뒤 무장 탈영을 하는 사고가 발생해 강원도 고성 일대에 진돗개 '하나'가 발령 된 22일 오전, 사건 현장에서 인접한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대대삼거리 검문소에서 장병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연합뉴스

동부전선 GOP 총기난사 사건을 저지른 임모 병장이 ‘관심병사’였던 것으로 드러나 이에 대한 관리 책임이 주원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실탄과 수류탄을 지급하는 GOP에 B급 관심병사까지 투입하는 것으로 드러나 제도개선 필요성도 지적된다. 2011년 강화 해병대 총기난사도 관심병사가 저지른 사고였다는 점에서 군 당국은 참사를 겪고도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구멍 뚫린 관심병사 관리

관심병사 분류는 표준인성검사(KMPI)를 통해 이뤄진다. 인성검사에서 자살계획이나 시도 경험이 있어 군 생활에서 사고 위험도가 매우 높은 병사들은 특별관리대상인 A급으로 분류된다. B급은 중점관리대상으로 성격장애, 구타ㆍ가혹행위 우려가 높은 집단이다. 기본관리대상인 C급은 입대 100일 미만의 모든 병사와 허약체질 등 보호가 필요한 인원이 포함된다.

육군은 이 같은 인성검사에서 A급 판정을 받은 경우만 GOP근무대상에서 배제하고 BㆍC급은 GOP근무에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군 당국은 신병교육기간과 전입 1개월 이내, 이ㆍ일병은 반기 1회, 상ㆍ병장은 연 1회 인성검사를 실시하는데 임 병장의 경우 지난해 1월 22사단에 전입해 4월 검사에서 A급 판정을 받았다가 11월 검사에서 B급으로 완화돼 12월부터 GOP에 투입됐다. 지난해 임 병장의 검사결과를 보면 ‘사소한 스트레스에도 신경질적으로 반응한다’, ‘부대 동료와 상하간에 적절하게 어울리지 못한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입대 이후부터 인성검사를 통해 줄곧 GOP투입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던 병사를 검사결과가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군사적으로 민감한 GOP에 투입한 것이다.

여기에는 병역자원이 줄어드는데 비해 관심병사가 넘쳐나는 현실적인 고민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육군 22사단 소속 병사 중 관심병사는 1,800여명으로 사단 전체 병사의 2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신병이 대거 포함된 C급을 제외하고 A급은 300명, B급은 500명으로 조사됐다. 사단 전체 병사의 10% 정도가 스스로 정상적인 군생활이 여의치 않은 B급 이상의 관심병사로 분류된 것이다.

군 당국은 그 동안 관심병사 통계에 대해 함구해왔다. 매번 자료를 요청해도 “군 사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거부했다. 따라서 이번에 돌연 수치를 공개한 것을 놓고 총기난사 사건의 초점을 흐리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반복되는 총기난사는 구조적 문제

병영관리를 개선하려는 군 당국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잊을 만하면 총기난사로 인한 참사가 계속되고 있다. 우리 군의 병영문화가 구조적인 굴레에 갇혀 개선의 여지가 부족하거나 요란하게 홍보한 것과 달리 문제해결의 방향을 잘못 잡고 있다는 의미다.

국방부는 2005년 경기 연천 GP 총기난사로 장병 8명이 숨지자 인성검사를 강화해 현재의 관심병사 제도를 본격적으로 운영했다. 이전에는 인성검사를 통해 병사들이 자대 배치를 받고 나면 군생활을 관리했지만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에 불과하던 것을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의무사항으로 바꿨다. 시대변화에 따라 의무복무자의 일탈행동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성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2011년 7월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으로 또다시 장병 4명이 숨졌다. 이에 국방부는 관심병사 관리를 포함해 강화된 ‘병영생활 행동강령’을 전군에 하달했다. 당시 군 당국은 현역 병사와 예비역, 군 고위장교와 민간 전문가를 총동원해 공청회를 갖고 종합대책을 완성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불과 3년 만에 동부전선 GOP에서 같은 유형의 참사가 되풀이되면서 군 당국을 향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관심병사 관리책임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지도 문제다. 현재 A급 관심병사는 대대장 이하, B급 병사는 중대장 이하 장교가 책임을 맡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부대장 판단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소대장이 관심병사를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 결과 병사에게 문제의 소지가 발견될 경우 대처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군 관계자는 “인성검사와 상담 결과 문제가 있다고 해서 모두 열외시킨다면 어떻게 병력을 온전하게 운영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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