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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영병 1명 잡는데… 도주로 헛짚고 오인사격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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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영병 1명 잡는데… 도주로 헛짚고 오인사격까지

입력
2014.06.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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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란당한 포위망

남·북에 병력 집중한 사이 임 병장은 동쪽 산악지대로

미숙한 초기대응

난사 사고 13분 지난 뒤 GOP 병력 검거 작전 투입 조기 제압 기회 물거품

허술한 생포 과정

관심병사 돌발 상황 차단한 심리 전문가 한명 없이 투항 권유 가족에 의존

동부전선 GOP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무장 탈영한 임모 병장 체포 작전이 이틀째 벌어진 23일 강원 고성 거진읍 명파리와 마달리 사이 도로에서 수색 병력들이 교전 총성을 듣자 주변 상황을 살피고 있다. 고성=연합뉴스
동부전선 GOP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무장 탈영한 임모 병장 체포 작전이 이틀째 벌어진 23일 강원 고성 거진읍 명파리와 마달리 사이 도로에서 수색 병력들이 교전 총성을 듣자 주변 상황을 살피고 있다. 고성=연합뉴스

동부전선 GOP(일반전초)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킨 임모(22) 병장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군 당국이 총체적인 난맥상을 드러냈다. 사건 초기부터 도주차단을 자신했지만 무장탈영한 임 병장은 범행을 저지른 뒤 10㎞나 도망쳤고 급기야 긴장한 아군끼리 오인 사격하는 불상사까지 벌어졌다. 무엇보다 1명의 탈영병을 잡지 못해 국민들이 43시간 동안이나 불안에 떨면서 우리 군의 작전능력에 대한 신뢰가 추락했다.

“멀리 도주 못한다” 자신한 군

군 당국은 총기 난사 사건 직후 임 병장이 남쪽으로 내려오는 도로 길목에 병력을 집중 배치했다. 또한 월북을 막기 위해 북쪽 철책선 경계도 보강했다. 동쪽의 산악지대는 미확인 지뢰가 사방에 매설된 곳이어서 도주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하지만 임 병장은 보란 듯이 산속에서 하룻밤을 지샜고, 탈영 다음 날 무려 동북쪽으로 10㎞나 이동해 포위망을 교란했다. 이에 군 당국은 도주경로에 위치한 민가의 주민을 긴급대피 시키기도 했다.

늑장 보고와 초기 대응도 문제였다. 21일 오후 8시 15분에 총기 난사가 벌어지고 5분이 지나서야 관할 22사단에서 최초로 상황을 접수했다. 위기조치반이 소집된 건 다시 8분이 지난 8시 28분이었다. 그제서야 GOP지역에 배치된 병력 전원이 검거작전에 투입됐다. 임 병장은 이미 산등성이를 타고 도주한 뒤였다. GOP와 외부를 연결하는 길목 곳곳에도 경계근무를 위한 검문소가 있었지만 사건 발생 소식을 늦게 접하면서 탈영병 검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특전사 대신 병사 투입해 화 자초

포위망을 좁힌 이후에도 군의 대응은 허술했다. 육군은 이리저리 탈출구를 모색하며 흥분해 있는 임 병장을 눈앞에 맞닥뜨린 상황에서 관할 22사단과 8군단 소속 특공대 병력을 투입했다. 대부분 군 복무기간이 2년도 안된 병사들 대신 부사관 이상으로 구성된 특전사를 투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북한에서 무장병력이 침투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관할부대 병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군 당국의 안이한 판단으로 아군의 오인 사격 피해가 발생했다. 23일 오전 체포조끼리 오인 사격을 하면서 진모 상병이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한 관계자는 “임 병장의 K-2소총 탄알이 얼마나 남았는지 조차 제대로 파악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 병장의 생포 과정을 두고도 허술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군 당국은 임 병장을 가급적 생포하기 위해 휴대폰을 던져주고 현장을 찾은 아버지 및 형과의 전화통화를 주선하는 한편 물과 빵을 건네면서 허기를 채워주는 등 심리적인 변화를 유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임 병장과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자진해서 투항하도록 권유할 심리전문가는 현장에 없었다. 심리상당 전문가들은 “극한의 상황을 자초한 임 병장의 심리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적절한 대처를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임 병장이 ‘관심병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에 맞춰 돌발상황을 차단할 전문가가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군 당국은 대신 “대 테러 임무와 협상 전문가로 심리상담도 가능한 요원들”이라며 수색부대 간부 3명을 비무장상태로 접근시켜 임 병장을 진정시키는데 그쳤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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