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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병검사에서 걸러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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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병검사에서 걸러내야 하는데…

입력
2014.06.2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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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핥기 그치는 한국식 시간ㆍ인력 부족 핑계로 인성검사 점수로만 판별 軍 부적응자 포착 어려워

동부전선 일반전초(GOP)의 총기 난사 사건의 배경이 관심병사의 관리 소홀로 집중되면서 징병검사에서부터 대인관계나 정신적 문제를 철저히 걸러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총기를 난사한 임모(22) 병장은 고교 때부터 우울증을 겪으며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자퇴한 일이 있었지만 징집단계에서 걸러지지 못했고 관심병사로 지정된 후에도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했다.

24일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이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신검 인성검사 이상자 현황’에 따르면 2012년 징병검사 대상자인 37만5,525명 중 2만7,836명이 인성검사 이상자로 분류됐다. 하지만 이 중 15%인 4,216명만이 재검·면제·4급(공익근무요원)으로 판정을 받았고 나머지 2만3,620명은 모두 현역으로 입대했다.

징병검사에서 인성검사가 한번 이뤄지기는 하지만 전문지식이 없는 검사자가 점수만으로 일괄적으로 판별해, 부적응 소지가 있는 병사들이 구분되지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선완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상자로 분류되더라도 군대 적응이 불가능할 정도 심리적ㆍ정신적 문제가 있음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면제판정을 받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군의관으로 복무하며 장병 심리치료를 담당했던 윤대현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군대 부적응자를 판별하려면 전문가들이 최소한 3개월에 걸쳐 추적관찰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징집검사에 이 정도 전문인력과 시간을 투입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 걸림돌이 된다.

눈여겨 볼 스위스식 2박3일간 체계적 검사 이상 발견 땐 전문의 상담 후 최종 부적격 판정 내려

신체검사 위주의 한국과 달리 2박3일간 체계적인 징병검사를 진행하는 스위스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위스의 징집 대상은 첫날 체력검정, 이튿날 심리ㆍ지능검사, 마지막 날 대학 전공, 경력 등과 연계한 특기적성검사까지 심층적인 징병검사를 실시한다. 특히 심리ㆍ지능 검사에는 ‘스키를 타고 내려오다가 장애물과 만났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와 같은 56개 상황별 행동대처능력을 보는 사회심리검사가 포함돼 있는 등 해당 장병이 군 복무에 적합한지 여부를 면밀하게 판단한다. 징병검사자의 평균 35%에서 이상이 발견되는데 이들은 다시 정신과 전문의와 면담을 갖는다. 의사는 가족환경, 어린 시절, 학교에서의 따돌림 경험 등을 총체적으로 살펴 최종 부적격자 판정을 내린다. 스위스 전역에 있는 6개 징병센터에서 검사를 받는 징병대상자는 매년 4만여명이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 현실상 아예 군입대에서 면제시키기 어렵다면 전문인력이나 기관을 양성해 입대 후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며 군대 부적응자 대응을 위한 전문기관 설립을 강조했다. 국방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관심병사 분류부터 전문가나 전문기관 없이 부대지휘관의 상담을 거쳐 결정되기 때문에 지휘관 성향이나 부대상황에 따라 자의적으로 판정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심리검사만뿐 만 아니라 임상심리사 등을 통해 정밀하게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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