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새 상담 주제 변화
20년 전과 지금, 청소년들의 고민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20년 전만 해도 ‘같은 반 친구들과 어떻게 잘 어울릴 것인가’, ‘더 공부를 잘해서 성공해야 하는데’라는 초조함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 청소년들은 이유 없는 불안감과 우울함을 가장 많이 호소했다. 심리적으로 요즘 아이들이 더 불안한 상태인 것이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하 개발원)은 26일 ‘1993년 대 2013년 청소년 고민 상담 비교’ 자료를 통해 이렇게 분석했다. 자료는 개발원을 찾아 개인상담을 했던 청소년들의 고민을 분석한 것이다. 1993년 상담 건수는 2,926건, 2013년은 3,139건이다.
분석에 따르면 1993년 청소년들이 고민 상담을 한 주제는 대인관계(16.5%), 진로문제(15.5%), 학습(13.6%), 일탈 및 비행(11.6%), 성격(10.5%) 순으로 많았다. 2013년에는 개인의 정신건강(22.7%)이 1위를 차지했고, 20년 전 1, 2위였던 대인관계와 진로문제는 각각 22.5%와 15.4%를 점유하면서 2위와 4위로 내려 앉았다. 대신 가족관계(17.2% 3위)와 인터넷 사용(8.6% 5위)이 등장했다.
특히 지난해 상담결과를 보면 사춘기가 시작되는 중학생의 경우 가족끼리 대화가 부족해지면서 부모 형제간 갈등이 심화되는 가족문제(20.9%)를 가장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은 세명 중 한명이 입시나 취업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건강 상담이었다.
이창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년 전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에는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 대인관계가 청소년들의 주요 고민이었지만 지금은 학업 부담이 더 크고, 취업 여건도 열악해졌다”면서 “이런 상황이 청소년들의 불안감이나 스트레스를 야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미진 개발원 상담복지실장은 “정신건강에 관련한 고민은 자살이나 불특정 다수에 대한 공격 등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조기에 발견해 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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