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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담 풍’

입력
2014.06.2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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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칼럼]

표절 연구비 갈취, 사교육업체 투자까지 한 교육장관 후보

문제 장관들 내세우고 세월호 총리 책임도 안지겠다는 건가

차라리 코미디라면 믿겠다. 그런데 경제규모로 세계 15위국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이자 찬란한 역사 5,000년을 자랑하는 독립국가에서 진짜로 일어나는 일이다.

불과 73일 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그 책임을 지고 국무총리가 사임한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 많은 후보 두 명이 내리 자진사퇴 하게 되니까 원래 총리가 계속 하는 걸로 마무리를 짓겠단다. 대통령 스스로 국회에 총리 인사청문회 요청도 못하고서는 후보자의 자진사퇴 발표가 나자마자 ‘청문회를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란다. 여당은 ‘이런 방식의 흠집내기는 안된다’며 청문회 자체를 고치겠다고 설레발이다.

군대에서 총기사고가 나서 징집되어간 청년 다섯 명이 세상을 떠났다. 사건을 처리하면서 국방부는 계속 국민을 속였다. 동료를 총으로 쏘고 자살시도를 한 병장을 병원으로 후송하면서 대역을 썼고 들통이 나자 병원이 요청한 것이라 거짓말을 했다. 사고 원인이 밝혀질 수 있는 사고 병장의 메모는 피해자 유족들이 반대해서 공개하지 못한다고 했다. 유족이 반박해서 사실이 드러났다. 사고 병장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군에서 문젯거리로 지목하는 ‘관심사병’까지 동원하면서 그들에게는 빈 총을 들려 보냈다. 사고 병장과 마주쳤다면 죽을 수도 있었다. 총상으로 세상을 떠난 병사들 가운데는 즉시 응급조치를 받았으면 살릴 수 있는 청년도 있었다. 1시간 40분 뒤에야 군의관이 왔고 병원이송에 4시간이나 걸렸다. 그런데 국방부 장관은 사과 한마디로 끝이다.

세월호 사건은 해경이 승객을 구조하지 않은 것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사고 선박과 똑같은 오하마나호를 현장방문한 야당의원들은 불과 30초만 시간을 냈어도 배에 탄 승객들에게 나오라고 말 할 수 있었다고 밝혀냈다. ‘움직이지 말아야 하냐’는 학생승객의 구조문의 전화에 해경은 ‘그러라’고 했다. 그런데도 해경이 왜 이런 끔찍한 살인방조에 이르렀는지 정확히 수사가 되지 않고 있다. 해운사 소유자인 유병언을 못 잡는다는 이야기만 계속 흘러나온다. 동영상을 보존하는 것도 유족들이 나서야 했다.

다시는 세월호 같은 사건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대통령은 국가개조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개각을 한다고 했다. 이 나라의 해묵은 문제를 바로잡을 인물들이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신설되는 교육 사회 문화를 총괄할 부총리 겸직인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는 제자의 논문을 표절한 것만 8편. 그 중 다섯 편은 연구비까지 빼돌렸다. 장관에 임명된다는 언질을 받은 시기에 사교육 업체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유를 묻자 ‘봉급으로는 어려워서’라고 했다. 제자들 연구비까지 빼앗아 써도 돈이 모자랐다는 그가 재직한 대학의 평균연봉이 작년에 9,327만원이었다.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는 알다시피 한나라당 시절 그 유명한 차떼기 사건의 돈 심부름꾼이었다. 본인도 7개월만에 군대 전역을 하더니 일문학을 전공한 아들은 전공자도 어렵다는 군악대로 빠졌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는 부부가 21개월 사이에 갑자기 21억원의 출처불명 저축이 늘어났다. 뇌물이나 불법증여가 아니라면 대기업 차명거래에 이름을 빌려준 것이라는 의혹도 나온다.

정성근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는 밝혀진 음주운전만 두 번이다. 진보지식인을 종북으로 몰거나 야당 대선 후보를 비난하는 발언을 트윗에 집중게재 했다.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후보는 정부 자문위원으로 프로젝트를 따내거나 투기성 위장전입 의혹이 있다.

이런 명단을 장관감이라 내놓은 정부는 사전 인사점검을 제대로 하겠다며 인사수석을 신설하겠단다. 세월호 참사가 나자 국가안전처 신설에 부총리 증설을 내세우더니 잘못만 하면 벼슬아치가 늘어나는 염치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장관감 하나 멀쩡한 사람을 못 내놓는 그들이 인사수석감은 제대로 내놓을 수 있을까.

나는 바담풍 해도 너는 바람풍해라? 국가개조는커녕 있는 국가 이끌어갈 자격은 있는가.

서화숙 선임기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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