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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일 외주 주며 책임 피하는 대기업들

입력
2014.07.0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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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시행 후 '간접고용' 확산, 사내 하청 포함땐 200만명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계약 만료ㆍ도산 땐 고용 불안 심각

간접고용 비율 상위 대기업
간접고용 비율 상위 대기업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근로자파견법이 제정되면서부터 확산된 간접고용은 2004년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점점 더 늘었다. 직접 고용된 비정규직의 노동 조건을 보호하도록 하면서 사업주의 책임이 커지자 기업들이 간접고용에 눈을 돌린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6년 8월 62만9,161명이었던 간접고용 근로자는 올해 3월 현재 80만1,000명으로 늘어났다. 그나마 이는 파견, 용역과 같은 사외 하청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로 사내 하청과 건설업 등을 포함한 간접고용 규모는 최소 200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노동계는 추산하고 있다.

1일 정부가 각 기업의 고용형태공시를 취합한 자료를 보면 간접고용의 증가는 대기업이 주도했음을 알 수 있다. 포스코건설, 현대건설, CJ대한통운, 에스원,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대림산업, 삼성물산 등 간접고용 근로자가 직접 고용 근로자 보다 많은 기업들은 모두 국내 유수의 재벌 계열사들이다. 주로 안전사고의 위험이 큰 조선, 건설업이나 노동 환경이 열악한 서비스업에 집중돼있는 것이 특징이다.

경기에 영향을 받는 건설업은 특성상 하도급 계약이 만연해 있는데, 이런 특성이 최근 10여년간 노동시장의 유연화 현상과 맞물려 조선업계까지 뻗어갔다는 분석이다. 제조업에 비해 노동환경이 열악한 서비스업도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간접고용이 확산되며 그 규모가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번 발표로 거대기업이 간접고용을 비롯한 비정규직을 양산해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기업들이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는 방안으로 간접고용을 늘려왔다”고 지적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위원장도 “조선과 건설업 등 위험하고 어려운 작업을 외주화 한다는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았는데 이번 공시결과를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유해하고 위험한 작업을 간접고용 근로자들은 해당 기업으로부터 직접 고용돼 있지 않기 때문에 작업 중 사고가 발생해도 산업재해로 인정받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또한 간접고용은 해당 기업의 산업재해 발생율을 낮추는 역할도 한다. 간접고용 비율이 59.5%에 달하는 현대중공업의 지난해 재해율(노동자 100명 중 재해자 수)은 0.66으로 조선업 평균인 0.69보다 낮지만 하청업체의 재해율을 포함할 경우 현대중공업의 재해율은 0.95까지 높아진다.

또한 간접고용은 임금과 근로조건이 열악해 정규직과의 차별이 발생한다. 특히 하청업체와 계약기간이 끝나거나, 하청업체가 도산하면 재고용 여부가 불투명해 고용불안이 심각하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의 ‘간접고용 실태와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말~지난해 10월 부당해고 구제신청 73건 중 절반이 넘는 37건이 근로계약 만료나 원ㆍ하청 간 계약 종료로 인해 제기됐다. 하지만 원청 고용의무가 인정되거나, 새 용역업체로 고용승계의무가 인정된 경우는 1건도 없다.

정규직에 비해 임금과 복지도 열악해 올해 3월 기준 정규직 평균임금은 289만원인데 반해 파견근로자는 150만원, 용역근로자는 135만원으로 정규직의 절반에 불과했다. 정규직의 경우 국민연금에 97%, 고용보험에 84.3%가 가입했지만 파견근로자의 가입률은 69.1%, 71.8%이며, 용역근로자는 53.3%, 67.4%로 더욱 낮았다. 노광표 소장은 “간접고용 근로자의 임금격차와 고용유연성 때문에 기업들이 하청 노동을 상시적으로 활용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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