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문화 배려 인상
시주석과 옷차림 조화 신경도
"마치 대장금 안에 들어온 듯"
창덕궁 둘러보며 친밀감 표시도
해외 순방 때마다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 화제를 불렀던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는 중국의 퍼스트레이디로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이번 방한에서도 첫 등장부터 한복의 특징 요소를 살린 의상을 선보이는 등 적극적인 ‘패션 외교’를 펼쳤다는 평가다.
3일 오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펑 여사는 의상에서부터 한국 전통 문화를 깊이 이해한 듯한 인상을 풍겼다. 녹색 계열 그라데이션 상의와 무릎을 덮는 검은색 스커트에 한복 저고리를 연상시키는 짧은 길이의 흰색 재킷을 걸쳤다. 전체적으로 자국에서 손님을 맞을 때보다 차분하고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정연아 이미지컨설턴트협회장은 “통이 넓다가 손목 부분에서 좁아지는 소매 모양, 그 위에 꽃 무늬 수가 놓인 흰색 재킷은 한복의 저고리와 임금의 용포(龍袍) 등에 쓰이던 형식을 따온 것”이라며 “사군자 중 여름 식물인 난을 형상화한 녹색 상의는 한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면서 시원한 느낌을 준다”고 분석했다. 또 “시진핑 주석의 오렌지색 넥타이와 채도가 같은 녹색 상의를 착용한 것으로 보아 시 주석 옷차림과의 조화도 고려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후 청와대 대정원에서 열린 환영식과 창덕궁 방문에서는 흰색 원피스를 선택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의 대표 색상인 붉은색 상의를 입은 것과 반대로 펑 여사는 백의민족을 떠올리게 하는 흰색 옷을 착용해 두 사람이 서로 상대국을 배려하려 한 의도가 읽힌다. 김효정 인터패션플래닝 선임연구원은 “중국 전통의상 ‘치파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원피스에 한국에 대한 존중의 의미가 담긴 흰색을 활용했다”며 “여기에 시각적으로 편안한 짙은 녹색의 브로치를 포인트로 줘 우호적인 양국 관계에 대한 희망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펑 여사가 입은 옷은 지난해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을 위해 인도네시아 발리로 출국할 때 입었던 의상을 재활용한 것이란 점도 눈길을 끄는 요소였다.
한편 창덕궁 경내를 둘러보다 남녀 화동에게서 꽃을 받고는 “(나중에) 중국에 유학을 오라”고 답례했다. 경내 안내는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과 나선화 문화재청장이 맡았다. 펑 여사는 드라마 ‘대장금’을 언급하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인정전 안에서 “대장금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며 “양국의 젊은이들이 드라마를 좋아해 서로의 문화를 많이 이해하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고 조 수석은 전했다.
영화당 앞에서는 장구와 가야금 연주를 감상했다. 조 수석이 “잉어가 물살이 세고 거친 중국의 용문(龍門)에 뛰어올라 용이 됐다”는 고사를 인용해 “조선시대에 과거시험을 봤던 곳으로, 이 곳도 등용문을 따서 잉어 등의 조각이 있다”고 설명하자 펑 여사는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문화재청은 이날 화가 김용택의 부용정 판화를 담은 패를, 조 수석은 조각보로 된 커플 스카프와 한글로 ‘별’, ‘꽃’이 적힌 병따개를 각각 펑 여사에게 선물했다. 펑 여사는 조 수석에게는 연꽃이 올려진 큰 접시를, 문화재청엔 실크 위에 자금성 궁궐이 그려진 그림을 각각 선사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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