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기고]총리 불신임 투표제 도입해야

입력
2014.07.07 20:00
0 0

지난달 26일 박근혜 대통령은 정홍원 국무총리를 전격 유임했다. 정 총리가 세월호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표명한 사의를 61일 만에 반려한 것이다. 경질된 총리의 유임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사태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여당은 국정공백의 최소화를 위한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주장했으나, 야당은 ‘국가대개조’를 위한 책임총리로서의 적임자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에는 국무총리 제도 자체가 없다. 부통령 제도를 시행한다.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선거인단을 통한 간접선거로 동시에 선출된다. 미국 연방정부의 서열 두번째로 대통령의 면직, 사망, 사임의 경우 잔여임기 동안 대통령직을 승계한다. 미국 연방 상원의장으로 표결에서 가부 동수일 경우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다. 부통령 궐위시 대통령은 후임자를 지명하고, 연방의회 양원의 다수결에 의한 인준절차를 거친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영국에도 ‘한국식’ 국무총리 제도는 없다. 여왕은 선출된 하원의원 중에서 총리를 임명한다. ‘국왕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영국식 입헌군주제 원칙하에서 ‘여왕 폐하의 정부(Her Majesty's Government)’를 운영할 적임자가 바로 총리다. 양당제도가 확립된 영국에서는 하원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다수당의 총재 및 간부로 내각이 구성된다. 영국 총리는 의회해산권을, 하원은 내각 불신임권을 행사함으로써 상호 견제한다. 불신임 결의시 내각은 총사퇴한다.

프랑스 총리제도는 우리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대통령이 총리를 지명ㆍ임명한다. 둘째, 대통령은 총리의 각료제청권을 존중한다. 셋째, 입법부는 총리의 해임건의권을 가진다. 다른 점도 있다. 첫째, 총리의 사임서 제출시, 대통령은 반드시 해임해야 한다고 헌법에 명시돼 있다. 둘째, 여소야대 상황이 발생할 경우 야당출신 총리를 임명해야 한다. 일명 ‘좌우동거정부(cohabitation)’ 형태로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은 현저히 감소된다. 셋째, 총리는 쟁점법안에 대한 내각 불신임 투표를 하원에 제안할 수 있다. 불신임으로 의결되면 법안은 부결되고, 내각은 총사퇴한다.

미국, 영국, 프랑스 제도에 공통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부통령 및 총리는 인사청문회 대상이 아니다. 미국 부통령은 간접선거를, 영국 총리는 당내 경선을 통해서 선출된다. 프랑스는 행정부 각료에 대한 인사청문회 제도가 없으나, 일반적으로 하원의원 중에서 임명된다. 비선출직인 국무총리는 기타 국무위원보다 강화된 청문회 절차를 거친다. 둘째, 직접선거로 선출된 의회의 대표자이다. 미국은 상원, 영국은 하원, 프랑스는 하원격인 국민의회의 대표자다. 임명직인 국무총리는 국회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은 없다. 셋째, 의전서열이 두 번째로 높다. 미국과 프랑스는 명실상부한 2위이고, 영국은 왕족 및 대주교 뒤의 8위이지만, 행정부와 입법부를 통틀어 1위다. 국무총리는 3부요인(대통령, 국회의장, 대법관) 및 헌법재판소장 다음인 5위이다. 대통령의 궐위, 사망, 자격상실시 최장 60일간 권한대행을 한다.

우리 정치구조의 특성상 책임총리를 구현하는 데는 제도적 한계가 있다. 우선 제왕적 대통령제의 성향이 강해 국무총리의 권한행사 자체에 어려움이 있다. 각료제청권의 경우 유명무실해질 소지가 크다. 지난달 13일 이미 사의를 표명했던 정홍원 국무총리의 각료제청권 행사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바로 그것이다. 헌법상으로 보장된 각료제청권을 확보하기 위해 명단을 언론에 공개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하다. 의원내각제 요소가 가미된 대통령제의 구조적인 문제점도 있다. 의원내각제처럼 강한 권한이 총리에게 부여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책임총리제를 실현하려면 제도보완이 우선이다. 프랑스 사례와 유사한 국무총리 불신임 투표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회기별로 하나의 쟁점법안에 한해 국무총리가 국회본회의 투표를 제안토록 하는 것이다, 부결시 국무총리는 주요 쟁점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으나, 가결시 관련 국무위원(들)과 연대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방식이다. 인사청문회법 개정논의에 앞서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안준성 경희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ㆍ미국변호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