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키타카도 진화…한국, 맞춤형 전술 구사하고 체력 길러야"
독일의 우승으로 2014 브라질 월드컵의 막이 내린 가운데 축구 전문가들은 이번 대회의 특징을 '강한 수비에 기초한 전술적 유연성'과 '뛰는 축구의 선전'으로 요약했다.
김대길 KBS N 해설위원은 이번 대회를 "다양한 전술의 충돌"로 설명하면서 "지금까지는 압박이나 패싱 등 하나의 추세가 있었다면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어느 때보다 더 다양한 전술들이 공존하고 충돌하고 득세했다"고 정리했다.
김 위원은 "어느 전술이 딱히 좋다고 단언하기는 어렵고 더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후방 수비 숫자에 변화를 주면서 상대에 따른 맞춤형 전술을 운용한 팀들이 눈에 띄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은 이런 추세에 가장 들어맞은 팀으로 네덜란드를 꼽았다. 그는 "네덜란드는 경기 중에도 두세 가지 전술적 변화를 주면서 상대를 괴롭히고 파괴하는 점이 눈에 띄었다"고 높게 평가했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수비형 스리백의 부활, 수비 견고성의 강조, 체력 중요성의 대두"로 대회를 요약하면서 "네덜란드, 칠레, 코스타리카 등 강한 인상을 남긴 팀들은 모두 스리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돌아봤다.
신 교수는 "스리백은 1990년 이탈리아 대회 때 서독이 채용해 우승까지 한 전술"이라며 "당시 윙백들이 공격 지향적이었던 것에 반해 이번 대회서는 수비에 치중하면서 5-3-2 형태를 많이 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더 많이 내려와야 하고 더 빨리 올라가야 하니까 당연히 체력이 중요한 부분으로 떠올랐다"며 "뛰면 이기지만 못 뛰면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 역시 "선수들의 활동량이 많은 팀이 좋은 결과를 냈다"며 체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충격 중 하나는 2010 남아공 월드컵 챔피언인 스페인의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스페인식 점유율·패스 지향 축구를 뜻하는 '티키타카'의 종말이라는 분석도 나왔지만 두 전문가는 우승팀 독일의 예를 들며 그런 해석을 경계했다.
신 교수는 "점유율과 패싱 축구는 계속 진화할 수밖에 없다"며 "독일은 티키타카를 접목해서 경기마다 600개 이상의 패스와 압도적 점유율을 선보이며 우승했다. 스페인이 작은 선수들 중심의 티키타카였다면 독일은 강한 힘과 체격을 조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스페인은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한 선수가 많아 피로가 누적되는 등 체력 문제 때문에 상대 뒷공간을 허무는 역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뿐인데 스페인의 실패를 두고 티키타카의 쇠락이라고 하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도 "스페인은 선수 노쇠화에 따른 체력 부족으로 역습에 취약한 팀이었다"며 "독일은 점유율과 패스를 골로 마무리하는 에너지까지 충분했고, 더욱 거칠어진 남성적인 티키타카를 완성했다"고 평가했다.
한국 축구가 추구해야 할 전술적 방향으로는 체력에 기초를 둔 전술적 유연성을 꼽았다.
신 교수는 "축구는 전술, 기술, 체력이 중요한데 한국은 기술이 떨어지면서도 오히려 더 많이 못 뛰었다"며 "(체력 문제에서 초래된) 수비 부실이 한국 실패의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상대의 패싱게임이나 압박을 벗어나려면 결국은 팀 전체 활동량을 높여서 방어하고 파괴해야 한다"며 "동시에 현재 4-2-3-1 진영이 한국의 주류 전술인데 여기서 벗어나 스리백, 파이브백 등 다양한 형태의 전술적 유연성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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