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염경엽 넥센 감독이 정재복의 영입 소식을 발표했을 때 누군가는 자식의 대학 합격 통지서를 받아 본 심정이었다. 심각한 구속 저하로 2012년 LG에서 방출돼 좌절하던 정재복의 손을 잡아 준 건 김병곤(42) 전 LG 트레이너였다. 원인을 찾아 1년 반 동안 재활에 매달린 끝에 몸 상태를 정상으로 되돌려 놓는 데 성공했다.
김 트레이너가 이루어낸 성과는 정재복이 처음은 아니다. 2010년 LG 유니폼을 벗은 강철민을 가다듬어 한화에 보낸 것을 시작으로 김영롱(LG-SK), 김성훈(삼성-한화), 박명환(LG-NC)에 이어 정재복까지 벌써 5번째 프로 복귀 선수 배출이다. 21명을 프로야구로 보낸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가 프로선수 사관학교라면 김 트레이너는 재활계의 원더스라 부를 만하다.
2000년 LG에 입사해 실력파 트레이너로 명망을 쌓던 그는 2010년 자의와 상관없이 구단 문을 나섰다. 기다려주지 못해 버림 받은 부상 선수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이해하는 김 트레이너는 11년 노하우를 담아 2011년 서울 광장동에 재활 트레이닝 센터(SPOSA Fitness)를 열었다. 입소문은 해외파 선수들에게까지 번졌다. 류현진(LA 다저스)은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지난해 겨울 이 곳을 동계훈련 장소로 택했고, 윤석민은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된 이후 미국 진출 전까지 김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았다. 빅 리그 입성을 눈앞에 두고 불의의 부상을 당했던 탬파베이의 유망주 이학주가 무릎 수술 후 단기간에 복귀한 것도 김 트레이너의 세심한 관리 덕분이었다. 류제국과 김병현도 국내 유턴을 결심한 뒤 한국에 돌아와 김 트레이너의 손을 거쳐 각각 LG와 넥센에 입단했다.
지난달 4일 박명환이 창원 넥센전에서 1군 마운드에 선 날 김 트레이너는 “다시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니 대견하고 뿌듯했다”면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어 포기하려고도 했던 (박)명환이가 믿고 따라와준 덕분이었다”고 떠올렸다.
LG에서 FA로 풀렸을 때 이 곳을 찾았던 조인성(한화)은 “(김)병곤이형은 선수들의 고통을 가장 잘 안다. 힘든 재활 과정 동안 선수들과 대화를 하며 정성을 다 해 재기를 돕는다”고 말했다. 김 트레이너는 2003년 고관절 부상을 당한 김재현(당시 LG)에게 9개월 간 매달려 전문의료진의 비관을 비웃었고, 이병규(9번ㆍLG)가 2006년 무릎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중상을 입었을 때도 파트너를 자청했다. 재활계의 마이더스의 손이라는 주변의 평가에 그는 “선수들의 의지가 중요할 뿐”이라고 손사래를 치며 “안 좋은 곳만 고쳐주면 분명히 재기할 수 있는 선수들이 있다. 재활은 고독한 자신과 싸움이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도 이 곳에서는 NC 출신의 장동웅과 넥센 유니폼을 입었던 전민수, 그리고 김용국 삼성 코치의 큰 아들인 김동영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 트레이너의 6번째 작품은 이 가운데 나올 가능성이 크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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